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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윤이상 3주기 추모공연…내달3일 선재아트홀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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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오는 11월 3일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尹伊桑) 이 7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지 3주기가 되는 날. 이날 오후 7시30분 아트선재센터 아트홀에서는 그의 음악세계를 기리는 추모공연이 조촐하게 열린다. 02 - 733 - 8945.

'윤이상을 추모하며' 라는 제목의 이 공연은 실내악 뿐만 아니라 협주곡에서도 그가 즐겨 사용했던 플루트와 오보에.첼로.바이올린을 위한 실내악 작품으로 꾸며진다.

플루트.오보에.바이올린.첼로를 위한 '이미지' (68년) , 플루트.오보에.첼로를 위한 '트리오' (73년) , 오보에와 첼로를 위한 '동서 (東西) 의 단편' (94년) 등을 통해 첨예한 아방가르드에서 고전으로 회귀해가는 작품세계의 변모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뮌헨필 플루트 수석주자인 부르크하르트 제클레 (41) 등 4명의 연주자로 96년 창단된 앙상블 트리올로그의 연주로 들려줄 이 세 작품은 모두 국내 초연곡이다.

특히 '이미지' 는 윤이상이 '동백림 사건' 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가 병상에서 완성한 곡. 63년 북한 여행때 강서고분 사신도 (四神圖) 를 보고 난 느낌을 음악화했다.

음양오행설 등 동양적 세계관이 투영된 이 작품은 청룡 (동).백호 (서).주작 (남).현무 (북) 를 각각 오보에.첼로.바이올린.플루트 등 네 악기로 묘사해 갈등과 화해, 다양성과 통일성의 결합이라는 주제를 그렸다.

전반부에는 소프라노와 실내 앙상블을 위한 '밤이여 나뉘어라' (80년) 를 배경음악으로 현대무용가 김현옥 (계명대) 교수가 안무한 춤을 장 드 브와송 감독이 16㎜ 필름에 담은 영화가 상영된다.

91년 만든 이 영화는 이듬해 뉴욕 댄스 온 카메라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밤이여 나뉘어라' 는 "너의 빛나는 두 날개는/경악으로 떨고 있다/나는 이제 떠나려 하고/네게 피비린내 나는 밤을/돌려주게 될 것이기에…" 라는 유대계 여류시인 넬리 작스의 시 3편을 가사로 한 작품. 작스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저항해 이 시들을 썼다.

'밤이여…' 는 80년 광주항쟁 이후 윤이상이 고민했던 '음악과 정치' 라는 화두 (話頭) 의 첫 결실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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