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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알라냐·소프라노 게오르규부부 2중창 출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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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오페라에서 테너가 소프라노 못지 않은 표현력을 자랑하면서 인기가 치솟은 것은 언제부터일까. '하이 C' 에 이르는 고음을 갸날픈 두성 (頭聲) 이나 가성이 아닌 윤기있는 흉성 (胸聲) 으로 구사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초. 18세기 오페라에서는 테너가 근엄한 왕이나 노인 역할을 맡았고 음역도 지금보다 낮았다.

베르디에게 영향을 준 작곡가 벨리니는 '몬테규가와 캐퓰릿가' 에서 메조소프라노에게 로미오역을 맡겼지만, 청년 베르디는 오페라 '에르나니' 의 남자주인공을 알토에게 맡기면 어떻겠느냐는 주위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테너가 유난히 돋보이는 것은 그만큼 고난도의 테크닉과 발성을 요구하기 때문. '리골레토' 처럼 선량한 남자 주인공역을 바리톤이 맡기도 하지만 프리마돈나의 상대역은 언제나 열정을 담아 노래하는 테너의 몫이다.

소프라노와 테너가 무대에 함께 나타나면 언제나 '사랑의 2중창' 이 흐른다.

포옹과 키스, 그리고 따스한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지난해 '세기의 오페라 결혼' 으로 화제를 모았던 테너 로베르토 알라냐,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부부가 베르디 오페라의 2중창을 엮은 음반을 EMI레이블로 내놓았다.

'알라냐 부부의 베르디 오페라 2중창 (원제 Verdi per due) ' 이라는 제목의 이 음반은 '부창부수 (夫唱婦隨)' 의 긴밀한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레코딩으로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의 베를린필이 반주를 맡았다. 02 - 3449 - 9423.

'사랑의 2중창' 의 백미 (白眉) 로 손꼽히는 노래는 '오텔로' 1막에서 다정했던 신혼 시절을 회상하면서 부르는 2중창. 달빛이 바다를 비추는 꿈결같은 분위기 속에서 "어두운 밤의 그림자도 막을 내리고 내 마음도 그대와의 포옹으로 잠잠해졌다" 고 부르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라 트라비아타' 에서 함께 축배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아이다' 와 '돈 카를로' 에서는 저승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죽음을 기꺼이 맞이하는 이별의 노래를 부른다.

이밖에도 '롬바르디아인' '시몬 보카네그라'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 ' 일 트로바토레' 에 나오는 주옥같은 2중창이 수록돼 있다.

부부 성악가의 장점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 호흡이 잘 맞고 감정 표현과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것. 그래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 굴지의 오페라극장들이 이들 부부를 무대에 세우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이 '환상의 커플' 이 오페라 무대에서 처음 만난 것은 96년 9월 런던 코벤트가든 '라보엠' 공연에서. 지난 3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으로 출연한데 이어 지난 23일부터 같은 무대에서 '라 트라비아타' 의 알프레도와 비올레타로 출연 중이다.

또 내년 1월에는 시카고에서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 3월 모나코에서 마스카니의 '친구 프리츠' 에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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