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야구는 이런맛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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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4-4로 맞선 연장 10회 초 1사 1, 2루. 두산의 마무리 투수 구자운이 던진 공이 포수 미트를 벗어나면서 주자 2, 3루로 바뀌었다. 구자운은 기아의 김원섭을 삼진으로 잡아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 타자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 숨을 고른 이종범은 초구를 노려 배트를 돌렸다. 좌전안타. 순식간에 스코어가 6-4로 벌어졌다.

3일 프로야구의 백미는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탄 1위 팀 두산과 감독 교체 이후 2승2패를 기록 중인 4위 팀 기아의 잠실경기였다. 두산의 낙승이 예상될 법도 했지만 결과는 기아의 6-4 승리. 궁지에 몰린 기아의 끈기와 집중력이 연장전 끝에 값진 1승을 끌어냈다.

기아는 1회 2사 1, 2루에서 나온 홍세완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리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그러나 믿었던 선발투수 김진우가 1회 말 안타 3개와 볼넷 2개로 2실점하며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베테랑 이강철을 긴급 투입해 무사 만루 위기를 넘겼지만 승기를 빼앗긴 후였다. 기아는 6회까지 1-2로 끌려갔다.

기아는 7회초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홍세완이 '싹쓸이' 3루타로 4-2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그러나 두산은 7, 8회 장원진과 김동주의 적시타로 1점씩을 추가하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선발투수 손민한이 7과3분의1 이닝 동안 산발 4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데 힘입어 한화에 3-0으로 승리했다. 지난달 롯데가 삼성으로부터 노장진을 영입한 후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꾼 손민한은 4승째(8세1패)를 기록했다.

롯데는 0-0으로 팽팽하던 7회말 1사 후 6번 박연수가 좌전안타에 이어 대타 박정태가 볼넷을 골라 만든 1, 2루의 찬스에서 박기혁과 박현승의 연속안타가 터지면서 단숨에 석점을 뽑았고 8회에 가득염-노장진 필승 카드를 투입,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수원에서는 홈팀 현대가 5타수 5안타를 기록한 클리프 브룸바 등이 19안타를 퍼부어 LG에 16-7로 대승을 거뒀다. LG는 5회 대타로 나온 김재현이 3점 홈런을, 6회에는 김정민이 2점 홈런을 터뜨리는 등 분발했으나 현대의 타선을 막지 못했다.

현대는 시즌 일곱번째로 선발 전원이 득점, 시즌 열다섯번째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했다. 홈런.타격.타점.최다안타 등 타격 6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의 외국인 거포 브룸바는 1회말 2타점 2루타를 때려낸 것을 비롯, 6타점을 뽑아내는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홈런은 치지 못했다. 문학구장에서는 삼성이 김진웅의 호투와 양준혁.김한수의 홈런포를 묶어 홈팀 SK를 6-0으로 완파했다.

성백유.수원=최준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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