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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부산] 품격 있는 국제도시로…녹색 나래 펴고 높이, 더 높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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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민들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장소로 사용됐던 누리마루 앞 동백섬 순환도로를 산책하고 있다. 동백섬을 한바퀴 휘감아도는 산책로는 길이가 1.1㎞이다.  [송봉근 기자]

내 고향 부산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해안선을 지니고 있다. 기장·송정·해운대에서 광안리·오륙도·자갈치·송도·다대포를 지나 을숙도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은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빚어내는 삶의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물론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으로 손꼽는다면 발트해의 아드리아 해안이나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하와이에 가 보면 해운대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발견한다. 해운대 해안선은 세계에서 일급 호텔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모래도 희고 깨끗하고 물빛도 맑다. 달맞이 언덕은 몽마르트르 언덕만큼 정취가 있고, 날씨가 맑은 날은 바다 건너 쓰시마 섬도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부산이 그동안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성장해 오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 아파트가 들어서느라 산허리는 붉은 속살을 드러냈다. 죽죽 뻗은 도로를 내느라 정맥은 끊어졌다.

이제 부산이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품격 있는 국제도시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그린 부산’선언이 그것이다. 끊어진 숲을 잇고 도심 곳곳에 작은 숲을 만든다. 어느 산자락에서 출발해도 숲속 길을 걸어 동·서·남·북을 오갈 수 있게 바뀐다. 도시 ‘대동맥 숲’이 복원되는 것이다.

숲속에 실버타운이나 휴양시설, 드넓은 광장에는 젊은 대중문화의 천국, 해변에는 선상 호텔과 뮤지컬 극장을 세운다고 상상해 보자. 월트 디즈니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문화 산업시설이 갖추어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자연과 인간, 문화예술과 첨단 하이테크 산업이 종합될 때 ‘그린 부산’은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해안은 자연과 삶의 현장이 함께 어우러져 사람 냄새 물씬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자갈치가 나폴리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영도다리 불빛이 바라보이는 야시장 풍경이 사람 냄새로 가득 차기 때문이다. 근래 다시 영도다리가 공중을 향해 솟아오르는 진풍경을 복원한다고 하니, 그 아름다운 비상의 모습을 기대해봄 직하다.

■부산 출생
■연희단거리패 대표
■대표작 연극 ‘오구’
■‘햄릿’‘어머니’ 등


글=이윤택(시인, 극작가·연출가)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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