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부패고리 이젠 끊자]공무원비리 끊을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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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문가들은 공직자 비리 척결은 일시적인 사정작업보다 부패의 원인이 되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 철폐와 공무원 사회의 구조 개혁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유기업센터 공병호 (孔柄淏) 소장은 "공직 사회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 경쟁시스템을 대폭 도입하고 각종 권한을 민간부문에 상당 부분 이양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실적 만능주의가 가져온 무조건적인 성장 일변도의 사회분위기도 공무원 부패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실련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 김한기 (金漢基) 부장은 "시민 개개인이 원칙을 중시하고 그에 따르는 고통과 불편을 감수하는 자세를 가질 때 공무원 부패도 사라질 것" 이라며 "독자적인 공무원비리 사정기관을 설치하고 감사원에 공직자 비리 조사를 위한 계좌 추적권을 부여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공직 부패의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경희대 김성수 (金聖壽.경영학)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2000년에 뇌물이 만연한 국가엔 무역상 불이익을 주는 소위 '반부패라운드' 를 가동할 예정" 이라며 "규제개혁은 이제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 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부패 척결과 관련,가장 참고할만한 나라는 우리의 주요 경쟁국이기도 한 싱가포르. 싱가포르가 부정부패를 추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엄격한 제도적 장치 덕분이다.

지난 60년 제정한 '부정부패방지법' 을 바탕으로 공무원 부패에 가혹한 처벌을 내리고 있는 것. 공무원의 재산은 그 형성 과정을 설명하지 못할 경우 부정하게 취득한 것으로 간주, 동결.몰수할 수 있다.

또 총리산하 독립기관인 '부패행위수사국 (CPIB)' 은 부패 혐의가 있는 공무 원은 영장없이 구속할 수 있으며, 공무원과 그 가족이 거래하는 은행의 장부를 조사할 권한도 갖는다.

공무원은 스스로 보답할 수 없는 정도의 향응엔 응해서도 안된다.

또 공무원은 부정에 개입할 의도만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

싱가포르는 공무원들에게 이같은 채찍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봉급이라는 당근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장관들은 미 연방정부 장관의 네배가 넘는 연봉을 받으며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급여도 민간기업 수준을 넘는다.

공무원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여건을 마련하는 게 공무원 부패 척결의 관건이라는 것을 싱가포르는 보여주고 있다.

김종문.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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