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대형 보 건설하면 배스 등 외래어종 급증할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6일 본지가 입수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8개의 대형 보가 건설되면 토종 민물고기는 줄어들고 배스·블루길 등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어종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사업자가 개발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리 조사해 피해 대책을 담아 환경부·지방자치단체 등에 제출하는 보고서다. 이번 평가서는 국토부가 민간 전문기관에 의뢰해 작성했다.

환경영향평가서는 낙동강 중·하류지역과 관련, ▶보가 건설되면 수심이 깊어지고 물이 정체되는 호소(湖沼)화 현상이 나타나고 ▶수위 상승으로 강 주변 식물군락이 변화하며 ▶강변 식물을 산란처나 섭식처로 활용하던 물고기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평가서는 “(정체된 물에 잘 사는) 잉어·붕어 등 정수성 어종뿐만 아니라 블루길·배스 같은 위해종까지 급격히 증가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평가서는 특히 “블루길과 배스는 곤충·새우와 작은 토착 물고기를 집중적으로 잡아먹는 종이어서 이들이 급속하게 증가하면 토착 희귀종과 고유종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를 쌓으면 은어·뱀장어 등 바다와 강을 오가는 물고기의 이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물의 흐름이 느리면 물고기가 감소하는 현상은 영산강에서 확인됐다. 환경부가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영산강에서 관찰된 물고기는 38종으로 1988년 64종에 비해 40% 줄었다. 영산강에서는 배스·블루길·떡붕어 등 외래어종이 전체 물고기의 10% 정도를 차지했다. 낙동강에서는 외래종이 3.8%, 금강은 1% 수준이었다.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물고기 치어 등이 은신처로 이용할 수 있도록 수변부와 제방을 콘크리트가 아닌 친자연적인 공법으로 복원하고, 생태계 단절을 줄이기 위해 어도(魚道)를 적절히 설치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