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러 뱃길 열었다 … 영일만항 출발부터 청신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3면

영일만항은 개항 초기부터 청신호가 켜졌다. 영일만항 컨테이너부두가 국내 우량 선사를 유치해 개항에 앞서 정기 항로를 개설했기 때문이다.

포항시와 포항지방해양항만청은 지난달 29일 천경해운㈜·STX팬오션㈜·고려해운㈜ 등 3개 선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환동해 주요 항만과 영일만항을 연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기 컨테이너항로 선사 협약 체결식’을 했다. 이에 따라 영일만항은 일본 니가타와 나오에츠·토야마신코, 중국 톈진과 다롄, 러시아의 보스토치니·블라디보스토크 등 주요 항만과 주 1항차 이상의 정기 항로를 개설하게 됐다.

천경해운은 일본∼영일만항∼중국·러시아 항로에, STX팬오션은 영일만항∼중국·일본 항로에, 고려해운은 부산∼영일만항∼러시아(보스토치니·블라디보스토크) 항로를 운항한다. 3일 천경해운 소속 ‘스카이 프라이드호(962TEU급)’ 는 일본 서안의 주요 항인 니가타·나오에츠·토야마신코를 출항한 뒤 영일만항에 처녀 입항했다. 8일 개항일에 닷새 앞선 입항이다. 천경해운 이정석 고객지원팀장은 “영일만항 개항으로 해운사는 서비스 구역이 넓어지게 됐다”며 “그동안 벌크선을 이용했던 포항지역의 코일·강재·파이프 등 다품종 소량 철제류가 컨테이너 화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5일에는 중국 톈진과 다롄을 경유한 STX팬오션 소속 ‘용차이호(810TEU급)’ 가 영일만항에 기항한 뒤 일본 서안으로 출항했다.

천경해운은 화요일, STX팬오션은 수요일, 천경해운·고려해운의 러시아 항로는 금·일요일 정기적으로 영일만항에 들어오게 된다. 이들 3개 선사는 정기 컨테이너선 운항을 한달 안에 개시하고 주 1항차 운항하며, 최초 항로 개설일로부터 1년간 의무적으로 영일만항을 이용하기로 약속했다.

권준영 포항해양항만청장은 “국내 굴지의 3개 선사가 환동해 주요 항만과 정기 항로를 개설함에 따라 포트 세일즈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며 영일만항 조기 활성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포항시 등은 3개 선사 이외에 추가로 환동해 주요 항만과 뱃길을 열기 위해 국내 선사들과 교섭 중이다. 장금상선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협의 중이며, 범주해운도 노선을 검토 중이다.

영일만항이 현재까지 확보한 올해 물동량은 1만4600TEU. 부산항이 연간 1300만TEU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영일만항이 올해 확보한 화물 중 1만2000TEU는 구미공단의 전자제품과 섬유류 그리고 경산공단 등지에서 나온 것들이다. 나머지 2000TEU는 포항 철강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경북도와 포항시 등은 영일만항의 조기 활성화를 위해 물동량의 추가 확보와 선사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 포스코·코오롱 등 43개 기업·기관과 36만TEU를 확보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포트 세일즈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이 화주들로부터 ‘정기 선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였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개항한 울산신항은 현재까지 선사를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영일만항의 발빠른 정기 항로 개설은 안정적인 해상 수송을 담보하는 보증수표가 되고 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