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출입항 갖게 돼 … 해양경북시대 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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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하이네는 ‘바다엔 진주가 있고 하늘엔 별이 있다’고 했다. 그럼 동해바다엔?

필자는 그 곳에 경북의 꿈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3일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962TEU급 컨테이너선 ‘스카이 프라이드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를 통한 경북·대구의 관문이 열리고 환동해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동안 동해의 거친 파도보다 더한 어려움이 있었다. 17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고 L자형 국토 개발로 정부의 투자순위에서 밀려나는 아픔도 있었다. ‘산고 끝에 옥동자’라는 말이 있듯 영일만항이 가지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우리 지역도 이제 수출입 항구를 가지게 됐고, 세계를 향한 새로운 문호가 열리는 해양시대가 눈앞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도민들도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야기하며 부푼 꿈에 가슴 벅차하고 있다.

힘들게 대역사를 완성한 만큼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항구에 배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물동량이 많아야 한다. 영일만항은 동해안 최대 규모다. 2000TEU급 선박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관계기관과 협력해 세관·출입국관리·검역 등을 부두에서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 놓았다.

출발도 좋아 신항만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2개 항로에 2개 선사가, 극동러시아 항로에 2개 선사가 확정됐다. 물동량도 43개사로부터 36만TEU를 확보했다. 기업 유치에 대한 준비도 새롭게 해 국가산단·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역이 항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화주와 선사들이 이득을 볼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도 마련해 놓고 있다. 항만시설 사용료는 100%, 예·도선료도 30%를 감면할 계획이다. 앞으로 3~4년을 안착의 고비로 보고 선사를 대상으로 항로연장지원금과 운항손실금을, 화주 및 물류기업을 대상으로 이용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4년간 22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도로에도 새로운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항만 주변배후도로는 이미 개통됐고 신포항역에서 영일만항까지 연결되는 인입철도는 2014년까지 완료된다.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항만으로 연결하는 사업과 동서6축·남북7축 등 동서와 남북을 잇는 고속도로도 건설 중이다.

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참여로 새로운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이제 우리 도민들에게 동해는 단순한 어장이나 뱃길 차원이 아니다. 문명과 문명이 교차하는 열린 광장이자 인류가 풀어야 할 마지막 과제인 식량·자원·환경 문제를 해결할 꿈의 바다로 다가온 것이다. 그 꿈은 바로 바다를 통해 먹고 사는 ‘해양 경북’ 시대를 여는 것이다. 해양실크로드를 열게 될 영일만항은 그 꿈의 중심에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세계 기업이 몰려오는 관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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