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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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금융사상 처음으로 '은행 주인찾아주기' 가 시도된다는 점에서 이번 은행법 개정안은 큰 의미가 있다.

은행에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다만 정부가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는다는 취지로 제한해 왔다.

실은 이런 명분보다 재벌에 은행을 안겨줄 경우 통제가 어렵다는 '두려움' 이 더 크게 작용했다.

정부가 머뭇거리는 동안 경영권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져 외부 입김에 의한 부실은 늘어만 갔다.

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기형적인 경영풍토가 자리잡게 됐다.

그러다 지난해말 외국인에게 은행주식 초과취득을 허용해준 것을 계기로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해소 차원에서 주인찾아주기가 본격 논의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은행의 소유제한을 풀기로 했지만 대주주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붙이기로 했다.

계열 전체의 평균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제한한데다 내부자거래나 불공정거래 등으로 정부의 제재를 받은 기업은 일정기간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규제키로 했다.

이 때문에 당장 대기업의 은행 소유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우선 30대 그룹의 부채비율은 평균 5백18.9%에 달하는데다 은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대개 3백%를 훨씬 넘어 자격을 잃었다.

다만 롯데의 경우 자구노력을 조금만 하면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또 최근 하나은행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신도리코는 부채비율이 1백% 이하이므로 대주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주인이 있다고 금융기관이 모두 건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종금사들은 확실한 대주주를 지녔는데도 더 일찍 거덜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갖가지 사례를 상정해 규제장치를 마련키로 했다.

은행의 대주주끼리 서로 짜고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막고 계열사 임직원의 은행임원 선임도 일정기간 금한 것도 그런 장치들이다.

대신 은행장을 알아서 뽑도록 하는 등 경영권의 자율은 인정해 주기로 했다.

<은행 소유구조 변천 일지>

▶82년 이전 = 은행 지분 소유제한 없었음

▶82.12=동일인의 은행지분 소유 8%로 제한

▶93.5=은행장 추천위원회제 신설. 전임 행장 3인, 대주주대표 2인, 소액주주대표 2인, 고객대표 2인으로 구성

▶95.1=시중은행 지분제한 8→4%로 축소. 대신 금융전업기업가 제도 도입 (은행 지분 12%까지 소유 가능. 다만 법인은 대상서 제외)

▶97.1=은행장 추천위 대신 비상임이사제 도입

▶98.1=외국인이 10% 이상 지분을 소유하는 은행에 한해 국내인도 4% 소유제한 폐지

▶98.10=은행지분 제한 전면폐지 방안 발표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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