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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연주회]정명화씨 '한오백년' 독주 뭉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고향 기억은 없지만 저는 개성에서 태어났습니다. 막상 여기 와보니 분단의 현실이 뼈저리게 느껴지는군요. "

세계적 첼리스트 정명화 (54.鄭明和) 씨는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최초로 연주회를 가진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날 아침 영하로 떨어졌던 날씨는 연주회를 축하라도 하듯 삽상한 전형적 가을로 바뀌어 있었다.

철책선에서 불과 1백m 떨어진 곳에 연주 무대가 마련됐다.

그 앞에는 주한 외교사절 등 1백50여 청중이 정연히 앉아 있었다.

스위스 카르미나 4중주단이 단 위에 올랐다.

연주회를 개최한 판문점 중립국감시위원회 스위스 대표 피터 슈테 장군이 그 뒤를 따랐다.

"45년간 대치상태의 적막감만이 감돌던 이곳에서 음악회를 열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어 슈테 장군은 첫 곡의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모차르트의 '불협화음' 입니다. 지금 남과 북은 불협화음 같은 대치상태지만, 이제 이 악기들이 빚어낼 소리처럼 화합을 이루기 바랍니다. "

한 곡이 끝나고 鄭씨가 단위에 올라 합류했다.

슈베르트의 '현악5중주 작품163' 이 연주됐다.

기립박수가 터졌다.

1시간에 걸친 연주가 끝나고 鄭씨는 철책선 10m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는 '한오백년' 독주. 가슴 속 깊은 곳을 둔중하게 켜는 듯한 선율에는 고향을 그리는 한이 맺혀 있었다.

이를 녹화한 KBS위성방송센터 이승원 (53.李乘元) 부주간은 "북한군이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연주회를 감시하는 모습에 가슴 아팠다" 고 말했다.

판문점을 떠나며 鄭씨는 "꼭 북한 음악인과 음악으로 화합하는 자리를 갖고 싶다" 고 희망을 밝혔다.

KBS의 방송 일정은 미정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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