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콜롬비아 송유관 폭발 국제유가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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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남미 콜롬비아에서 18일 원유 송유관이 잇따라 폭발, 각각 4백여명과 45명이 숨졌으며 불길이 계속 번지고 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이지리아와 콜롬비아는 산유량이 세계 12위와 25위인 주요 산유국인데다 폭발한 송유관이 수출용 주파이프라인이라는 점에서 국제유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은 다국적 석유기업의 자원 착취에 대한 토착민들의 반발로 빚어졌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돼 다국적 기업의 도덕성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 나이지리아 = 석유 중심지인 와리 부근의 송유관이 폭발, 화염이 인근 마을과 농경지를 휩쓸어 4백명에 이르는 주민이 불에 타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외신들은 18일 전했다.

이 송유관은 와리의 정유공장에서 북쪽으로 6백㎞ 떨어진 카두나로 이어진 나이지리아 최대의 송유관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폭발은 17일부터 기름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송유관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석유를 퍼담고 있을 때 갑자기 불똥이 튀면서 일어났다.

현지 언론은 송유관 폭발이 기름을 둘러싼 지하단체들간의 쟁탈전 때문에 일어났다고 분석했으나 담뱃불이나 오토바이의 불똥에 의한 우발성 사고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최근 나이지리아에서는 석유이익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지하단체들이 로열 더치 셸.세브론 등 다국적 석유회사들의 시설에 대한 파괴활동을 벌여왔다.

◇ 콜롬비아 = 서북부 마후아에서 18일 좌익 무장 게릴라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송유관 폭발로 적어도 45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부상했다고 당국이 발표했다.

이번 폭발은 새벽에 송유관이 폭발, 기름이 마을을 덮치면서 마을 전체에 화재가 번졌다.

로디르고 료래다 국방장관은 이날 송유관 폭파는 콜롬비아 제2의 무장 반정부세력인 민족해방군 (ELN) 소속 좌익 게릴라들의 계획적인 소행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대원 5천명의 ELN은 콜롬비아 석유산업에 다국적 기업이 관여하는 것에 반대, 지난 10년간 수백건의 이와 유사한 테러를 자행해 왔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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