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샤라포바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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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민관식(86)대한체육회 명예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테니스 매니어다.

졸수(卒壽.90세)를 바라보는 고령에도 일주일에 두차례씩 꼬박꼬박 테니스 코트를 찾아 땀을 흘릴 정도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테니스 맨'이다.

민 명예회장이 테니스를 시작한 것은 1950년대. 교분을 쌓던 주한 미대사관 직원들을 통해 테니스를 접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에선 낯선 운동이었지만 격렬하고 빠른 테니스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렇게 맺은 테니스와의 인연이 어느새 반세기. 문교부 장관.국회 부의장 등의 공직을 거친 뒤 스포츠계와 교육계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한주도 거르지 않는 '테니스의 힘'이었다.

민 명예회장의 테니스에 대한 사랑의 결정체가 바로 '소강배 전국 남녀 중.고교 테니스 대회'다. 소강(小崗)은 민 명예회장의 아호. 1973년부터 이어져 온 소강배가 올해로 32년째를 맞았다.

지난해까지는 9월에 열렸지만 올해는 방학 기간에 치르기 위해 한달을 앞당겼다.

중.고교 운동선수들의 전국대회 출전을 연 3회(방학 제외)로 제한한 교육부 방침 때문이다.

전국 71개 중.고교(선수 390명)가 참가, 단체 대항전으로 벌이는 이번 대회는 16일부터 21일까지 6일간 경기도 고양시 훼릭스 테니스코트와 서울 구파발 그린 테니스코트에서 열린다.

올해 고등부 우승 후보는 임지섭이 버티고 있는 삼일공고(남자부)와 김소정이 선봉에 선 중앙여고(여자부). 지난해 우승팀인 건대부고(남자부)와 강릉정보고(여자부)는 2연패를 노린다.

'장년'이 된 소강배가 한국 테니스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수많은 스타가 이 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대표적인 예가 이형택(28.삼성증권). 현재 세계랭킹 75위에 올라 있는 그는 춘천 봉의고 시절이던 92, 93년 소강배 2연패를 달성하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알렸다.

한국 여자 테니스의 선두주자 조윤정(25.삼성증권)과 노갑택(마산고).김봉수(마포고).김일순(안양여상) 등 왕년의 스타들도 모두 '소강배 동문'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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