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흄·트림블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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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 존 흄과 데이비드 트림블은 8백여년에 걸쳐 피로 물든 북아일랜드 땅에 '평화의 봄' 을 안겨준 주역들이다.

각각 구교계와 신교계의 최대 정당인 사회민주노동당 (SDLP) 과 얼스터통일당 (UUP) 을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은 4월 10일 타결된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에서 타협과 화해의 정신을 발휘, 반목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신.구교계간 유혈분쟁을 형상화한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니얼 데이루이스 주연)가 보여주듯 두 주민의 생활은 테러와 응징으로 점철돼 왔다.

신.구교계간 충돌이 본격화한 68년부터 지금까지 사라져간 목숨만 3천6백여명. 이같은 뿌리깊은 앙금을 딛고 대화합에 앞장선 인물이 바로 두 사람이다.

비폭력주의자인 흄은 같은 구교계로 비타협적 노선을 견지해온 아일랜드공화군 (IRA) 의 정치조직 신페인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여 평화협상을 성사시켰다.

그는 16일 수상 결정 직후 "이번 수상은 전세계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화를 향한 노력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 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37년 북아일랜드의 런던데리에서 출생, 교사생활을 거쳐 더블린의 트리니티칼리지에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한 흄은 68년 민권운동 지도자로 변신했다.

이어 70년 구교도의 권익보호를 위해 SDLP를 창당한 뒤 평화협정에 따라 실시된 북아일랜드 자치의회 선거에서 24%를 얻어 SDLP를 UUP에 이은 제2당으로 만들었다.

79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영국 하원에도 진출했으며 95년에는 '올해의 유럽인' 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신교계 최대 정파를 이끌고 있는 트림블은 신교계중에서도 가장 강경파에 속했던 정치인으로 한때 IRA의 무장해제 거부에 반발, 평화협상을 벼랑끝으로 몰고가기도 했다.

그러나 막판에 타협정신을 발휘, 기득권을 갖고 있던 신교계를 설득해 평화의 기틀을 마련하게 했다.

벨파스트법대 교수 출신인 그는 강경 이미지와는 달리 양보도 할 줄 아는 실용주의적 정치인으로 꼽히며 현재 북아일랜드 자치 내각의 총리 (제1장관) 직를 수행하고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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