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NSC가 부처 무력화…혼선의 중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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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국회 ‘김선일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외교안보팀이 나란히 앉아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광웅 국방부 장관, 이봉조 통일부 차관,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조용철 기자]

3일 국회 '김선일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위증 문제가 불거졌다. 청문회 마지막인 이날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을 도와 김선일씨 석방 협상을 맡았던 이라크인 여성 변호사 E씨가 출석해 당시 협상 정황을 설명하면서다. 청문회 사상 첫 외국인 증인인 E변호사는 신원 노출을 막기 위해 증인석에 커튼을 치고 진술했다.

E변호사는 "6월 21일 오후 주 이라크 대사관에서 열린 김 사장과 대사관 직원들 간의 회의 자리에 참석해 그동안 자신이 김선일씨 석방을 위해 벌였던 활동을 두 시간가량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김 사장이 했던 "당시 회의에서 E변호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을 뒤집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청문회장에선 "대사관 측이 종전 설명처럼 6월 22일이 아니라 하루 전에 이미 김선일씨의 정확한 피랍 일시(5월 31일)를 파악하고도 쉬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특위는 김 사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AP기자들로부터 '김선일'이란 이름을 들은 적 없다고 주장한 정우진 외무관도 고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날 청문회에선 외교.국방라인의 실세로 꼽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이 여.야 의원들로부터 집중타를 맞았다. "NSC는 기존의 각 부처를 무력화시키는 혼선의 중심"(한나라당 황진하 )이란 야당 의원의 비판은 물론, "NSC가 각 부처의 고급정보를 취합.분석하는 데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열린우리당 최성)는 여당 측의 문제제기도 잇따랐다.

한편 청문회에 출석한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비공개 증언에서 "이라크 현지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신의 사자(The Lions of God:앗사드 알라)'라는 테러단체가 활동 중이라는 첩보가 입수됐다"고 밝혔다고 한 특위 위원이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단체가 한국인 테러만을 담당하는 '니잠 쿠리'라는 부서를 운영 중이라는 첩보 내용이지만 100%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특위 위원은 덧붙였다.

◇남은 의문점=특위는 사흘간의 청문회에서 ▶AP통신과 통화한 외교부 직원이 더 있다는 점 ▶AP의 김씨 비디오가 축소 편집됐다는 점 등을 새로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파문의 당사자인 AP측이 뚜렷한 해명을 하지 않아 진상파악은 감사원의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또한 김천호 사장이 김선일씨 구출을 위해 실제로 얼마나 노력했는지, 현지 대사관이 김씨 납치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 외교부가 대통령에게 김씨 석방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보고한 근거는 뭔지 등에 대해서도 청문회는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정하.김선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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