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한달-서울시 대중교통체계 개편] 중앙차로 '기대 속도' 못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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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신설 노선 버스가 홍보 부족으로 출퇴근 시간대에도 좌석이 거의 빈 채 운행되고 있다. [김춘식 기자]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를 확 바꾼 지 한달이 지났다. 새 교통카드 단말기의 말썽으로 시작된 교통개편은 변경된 버스 노선과 번호에 대한 홍보 부족, 중앙버스전용차로제에서의 차량 정체, 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겹쳐 결국 이명박 시장의 사과 성명까지 불러왔다.

서울시는 총력을 기울여 문제점을 개선하는 중이지만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아직 높다. 개편 한달의 득실을 따져보고 개선책을 알아본다.

◇요금=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지난달 19~26일 서울.경기도 거주 직장인 2841명을 대상으로 새 교통체계의 불만 요인을 물은 데 대해 46.5%(1323명)가 '요금 인상'을 꼽았다. 특히 73.3%가 '출퇴근 비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버스는 650원, 지하철은 640원이었던 기본요금(이하 교통카드 결제 기준)이 각각 800원으로 오른 데다 지하철의 경우 기본거리(12㎞)가 넘으면 6㎞마다 100원씩 더 내는 거리비례 요금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5호선을 타고 상일동역에서 방화역까지 갈 경우 740원이던 요금은 1400원으로 뛰었다. 이 시장은 3만5200원으로 한달 60회 이용이 가능한 지하철 정기권을 내놓았지만 경기도 권역에서는 이용할 수 없고 버스 환승이 안 되는 등 보완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하지만 버스에서 다른 버스나 지하철로 갈아탈 때 요금을 깎아주는 환승 할인제의 도입으로 요금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 장위동 집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성신여대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탄 뒤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까지 다시 버스를 이용하는 정모(20)군은 이전 요금 1890원(650원+640원+600원)의 60%도 안 되는 1100원을 내고 다닌다.

서울시 음성직 교통정책보좌관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한번만 타는 시민은 환승 할인제의 혜택을 못 받아 요금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지하철 정기권에 이어 마일리지제 확대 등 요금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당초 서울시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새로 시행되는 강남대로, 수색.성산로, 도봉.미아로 등 세 곳의 버스 속도가 시속 30㎞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들 차로의 소통 속도는 아직 서울시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이들 3개 중앙차로의 7월 출퇴근 시간대 버스 속도는 6월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지만 6월엔 전용차로 공사로 도로 여건이 나빴음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더욱이 녹색(지선)버스와 승용차가 다니는 일반차로의 일부 구간은 6월에 비해 체증이 더 심해졌다. 오후 6~8시 퇴근시간대 일반차로 시속은 ▶도봉.미아로의 태광산업~방학네거리 구간은 28㎞→16.4㎞▶수색.성산로의 사천교삼거리~연세대 구간은 26.7㎞→15.8㎞▶강남대로의 양재역네거리~영동교 남단 구간은 17.4㎞→16.1㎞로 떨어졌다.

문제는 방학과 휴가가 끝나는 9월 이후엔 소통 속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경기도행 통학.출근버스가 많이 다니는 강남대로는 정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노선 조정=현재 운영 중인 419개 노선 중 73%가 노선이 변경됐다. 수십년간 유지해온 노선을 이처럼 한꺼번에 조정하다 보니 지난 한달간 서울시엔 노선 관련 민원이 1만건 넘게 접수됐다. 대부분 "기존 노선을 되돌려달라"는 요구였다. 목적지까지 한번에 가던 버스가 사라져 불편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늦은 배차와 만원버스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기존 노선의 버스를 신설 노선으로 돌리다 보니 기존 노선 중 상당수는 배차 간격이 뜸해져 '콩나물 시루'가 된 반면, 일부 신설 노선은 홍보 부족으로 텅텅 빈 채 운행하고 있다.

다만 노선 조정권을 서울시가 갖게 되면서 버스업체 간 손님 태우기 경쟁이 사라지고 난폭 운전과 무정차 통과가 많이 줄어든 점은 평가할 만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최근 23개 노선을 부분 변경한 데 이어 버스운행 실적 및 승객 수요의 정확한 분석이 나오는 9월께 추가 보완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경기도와 협의가 필요한 시외 노선도 연말께 조정하게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회사의 수익성에 맞춰 운행되던 노선과 배차 시간 등을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병철.이원진 기자<bonger@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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