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 승리 인터뷰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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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대성(20·본명 강대성)과 승리(19·본명 이승현)가 뮤지컬에서도 '빅뱅'을 일으키고 있다. 둘이 함께 출연하는 창작 뮤지컬 '샤우팅'은 개막이 아직 일주일 남았지만 이미 전체 티켓(1만9000여장)중 70%가 팔려 나갔다. 두 사람은 지난해 각각 '소나기'와 '캣츠'에 출연한 바 있어 두번째 뮤지컬 무대다.

연예인의 뮤지컬 진출, 사실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성과 승리만큼 최정상 아이돌 스타가 뮤지컬에 출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한편에선 이들의 출연을 "뮤지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 넓어질 것"이라며 반기지만, 일각에선 "인기만 있으면 아무나 뮤지컬 주인공을 하는 모양"이라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어느새 뮤지컬에서도 화제가 된 대성과 승리, 그들은 왜 뮤지컬에 꽂힌 걸까.

대성·승리의 인터뷰는 '샤우팅' 연습실인 서울 남산 창작센터에서 3일 낮 12시부터 한시간 남짓 진행됐다. 우선 대성과 25분간 만난 뒤, 둘이 같이 사진을 찍고나서 승리와 25분가량 이야기했다. 민감한 질문에 대한 두 사람 태도는 딴판이었다. 대성이 핵심을 슬쩍 피해가며 유연하고 노련했다면, 승리는 에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피력했다.

#대성

기자-반갑습니다.

대성-오랜만에 다시 뵙네요. 지난번 '캣츠' 분장실에서 뵈었죠?

기자-그걸 기억하시나요?

대성-그럼요.

기자-여하튼, 바쁘신 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뵈었을 때보다 더 멋져지신 거 같아요?

대성-이미 무대 분장을 해서 그런거죠, 하하.

기자-일본 가셨다 엊그제 들어온 것으로 아는데요. 일본 활동에 대해 말씀 좀 해주시겠어요

대성-작년에도 싱글 앨범을 냈는데, 그건 인디 레이블이라 그리 활발하진 않았어요. 이번엔 유니버설-재팬이라는 메이저 회사에서 싱글 앨범을 두장 내서, 그 프로모션차 가서 두달 정도 있었어요. NHK 방송에도 나갔고,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에도 나갔고요, 도쿄에서 팬미팅을 했는데 8000명 가량 오셨어요. 아직 저흰 갓 데뷔한 수준이에요. 열심히 해야죠.

기자-'샤우팅'을 선택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대성-사실 부담이 많이 됐어요.『세상에 너를 소리쳐』처럼 빅뱅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한다기에 겁부터 나고, 또 아직 뮤지컬 출연 두번째인데 우리 노래를 하면 너무 이르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요. 조심스러운 게 많았죠. 그런데 미팅을 하면서 내용도 조금씩 수정이 됐고요, 빅뱅 노래도 두세곡이 들어갑니다.

기자-본인의 경험이 많이 반영되었나요?

대성-경험이 바탕이 된 건 사실이에요. 사실 연기도 그랬어요. 어떤 걸 꾸며서 하기보단 실제의 대성과 승리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기자-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예를 들자면요?

대성-7장인가, 거기에 저하고 승리가 마음의 상처를 받고 옥상에 올라가선 진지하게 우리를 돌아보며 화이팅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사실 제 경험과 무관하진 않죠. 저도 비주얼이 안된다, 실력이 모자란다 이런 얘기 많이 들으면서도 힘들게 연습하고 남몰래 아픔 같은 걸 겪기도 했거든요.

기자-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거죠

대성-안보이는 곳에서도 노력을 한다는 거. 연예인하면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잖아요. 항상 멋지고 밝고 좋다는 식의. 얼마나 엄청나게 노력을 하는지, 몸과 마음은 어떻게 멍들어가는지, 보기와는 다르게 외롭고 힘들다는 건 잘 모르잖아요. 그런 얘길 하고 싶었어요.

기자-정말로 힘든가요

대성-아무래도 대중은 이미지로만 보니깐요. 저야 그래도 운이 좋았죠. 다른 멤버들은 6년간 연습생 시기를 거쳤지만 저야 우연히 오디션을 통과해 3년만 했으니깐.

기자-뮤지컬은 뭐가 그렇게 좋은가요

대성-'캣츠'를 하면서 너무 좋았어요. 가수의 느낌도 있지만 또 뭐랄까, 즐기면서 노는 느낌? 게다가 관객들이 제 모습을 보고 경청해 주고 하니깐 더 신나죠. 연기라는 것도 아주 짜릿했어요. '캣츠'에선 고양이라서 이번에 처음 사람 연기 하는 거에요.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기자-지난번엔 라이선스였잖아요. 이번엔 창작이니 조금 다른가요.

대성-다르죠. 다행히 캣츠때 같이 작업했던 분들이 이번에 많이 같이해요. 라이선스는 만들어 놓은 걸 그냥 하는 식이지만, 이번엔 함께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지금도 계속 만들어 가고 있어요. 제 스타일을 제작진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도 저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기자-어떤가요, 워낙 스타인 터라 뮤지컬 쪽에서 텃세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대성-제작진하고는 전혀 없어요. 반겨주시고, 이런저런 말씀도 잘 해 주세요.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툭하면 일본 활동한다며 가 버리니 연습에도 꾸준히 나올 수 없고.

기자-양현석 대표가 썩 좋아하지 않는다란 소리도 있던데

대성-'캣츠'때도 제가 하겠다고 하니 허락해 주셨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유를 명확히 말씀드리면 굳이 반대하진 않으세요. 그리고 뮤지컬은 제 가수 생활에도 많이 도움이 되요. 소리내는 법도 그렇고 자신감도 많이 쌓였죠. 저 그리고 무대 공포증 심했어요. 가수 할때도 그랬어요. 그런데 뮤지컬 하면서 정말 많이 나아졌어요. 중요한 건 제가 잘 해야 하는 거죠. 시켜주시면 뭐라도 열심히 할 거에요.

기자-지난 4월에 열린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신인상에 노미네이트 됐잖아요. 근데 일부 팬들 사이에선 출연 횟수가 적었다고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는데

대성-(매니저를 바라보며) 몇 번 했죠? 원래 30번이었는데 스케줄이 안 맞아 두세번 또 빠진 거 같은데…. 동감하고 인정합니다. 근데 뭐 제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닌 듯 싶어요. 후보 결정을 제가 하는 건 아니니깐. 여하튼 영광이었어요. 후보들 보니깐 정말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었어요. 거기 포함된 것만으로도 기뻤죠.

기자-승리의 연기를 어떻게 보세요?

대성-아이고-. 승리가 출연한 '소나기'가 제가 생전 처음 본 뮤지컬이에요. 정말 승리를 통해서 뮤지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거죠. 그룹에선 막내지만 뮤지컬에선 승리가 제 선배나 다름없는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다 저보다 잘해요. 워낙 잘하죠. 특히 저한테 부족한 부분, '자신감'에서 승리는 무언가 다른 거 같아요. 무대를 장악하는 힘도 그렇고요. 전 원래 일을 하면서 조심스러운 스타일이에요. 그런게 승리는 없어요.

기자-최근 2PM이 많이 뜨잖아요. 같은 아이돌 그룹으로서 신경 쓰이진 않나요.

대성-스타일이 조금 다르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저도 2PM 좋아해요.

기자-동방신기 멤버중 세명이 소속사에 소송을 제기했어요. 그런 소식 접하면 어떤 생각 드세요

대성-일본에 가 봤잖아요. 정말 동방신기의 인기는 우리가 상상한 거 이상이에요. 아쉽죠. 유노윤호형은 같이 방송에 나가서 친해져서 연락도 하는 사이고 그런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잘 해결되길 바라고 있어요.

기자-다소 까다로운 질문을 해도 유연하게 답하시네요. 노련하신 것 같아요.

대성-아니에요, 무슨.

기자-바쁘신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성-예, 감사합니다.

#승리

기자-바쁘신 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승리-괜찮습니다.

기자-실제로 보니깐 얼굴이 갸름하시네요.

승리-그걸 꼭 기사에 써주세요. 기자님께서 "다섯명 중 난 승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기자-절 죽일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웃음) 아까 대성씨한테도 물었는데 일본 활동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승리-저희한테 좀 과감한 시도였던 거 같아요. 언뜻 보면 일본과 빅뱅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저희가 추구하는 음악이 힙합이고, 일본어로 녹음한 것도 그렇고.

기자-일본어는 따로 공부했나요

승리-이번 녹음을 위해 저하고 대성이형은 3개월간 공부했고요, 태양은 원래 일본어를 2,3년간 했어요.

기자-작품 얘기로 돌아가서, '샤우팅'은 어떤 게 매력이에요

승리-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그게 매력이에요. 부담없이 춤추고 연기할 수 있어서요. 승리를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캐릭터상에서 승리의 성격이라든지 말투, 물론 노래 부르는 방식도 제 스타일이 들어 있어요. 스토리상에서 승리라는 인물을 포장시키는 데, 지금 막바지 작업중인데, 너무 대놓고 승리라고 하면 조금 식상하잖아요. "내가 아는 승리인데, 내가 모르는 승리인데"이런 느낌이랄까.

기자-그럼 승리이면서도 승리가 아닌 모습? 실제의 승리? 이런 걸까요

승리-물론 뮤지컬에 기본이 있잖아요. 근데 전 그걸 좀 깨고 싶었어요. '저거 연기야 진짜야' 이런 걸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리얼리티를 살리는 거죠.

기자-어떻게 어린 나이에 이렇게 논리적으로 얘기를 하세요

승리-유능한 멤버들하고 같이 있어서 그래요. 그 말씀 꼭 넣어주세요.

기자-눈빛이 아주 강렬한 것 같아요?

승리-일 얘기 할때만 그래요.

기자-분명히 자기 할 얘기를 정확히 하는 스타일 같은데

승리-맞아요.

기자-자기 신념이 확고하신 편인가요

승리-저는 빅뱅 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저는 제가 하는 게 반드시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것저것 막 해봐요. 근데 잘 못 할 수 있잖아요. 그럼 전 다신 안 해요. 실수는 두번 다시 하지 않겠다는 거에요.

기자-작품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본인의 경험이 구체적으로 들어간 건가요.

승리-1막에서 방송국 스태프들이 '비주얼이 어떻다, 퀄리티가 어떻다'그래서 주인공이 막 빠져나가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하여간,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20번 넘게 미팅을 했는데 맨 처음에 대본이 나왔을 때 '승현'이란 제 본명이 있었어요. 제가 싫다. 그건 내 자신이지, 뮤지컬에서도 제 속에 있는 걸 보여주기 싫다 했어요. 그런데 연출님께서 그 얘기를 듣고, "승리라는 인물 안에 '승현'이란 인물이 있다"라며 '내 안의 또 다른 하나의 나'라는 아리아를 만드셨어요. 너무 고맙고 감동적이었죠.

전 사실 지금껏 활동하면서 혼자서 울고 그런 적 많았어요. 방송에 데이고 다치고. 대중들은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의 감정 따위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방송에서 비춰진 모습이 우울하고 그러면 '쟤 왜 저래, 왜 이렇게 거만해' 그러잖아요. 아무리 어떤 일이 있어도 밝게 웃고 감정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제가 어린 나이에 그런 걸 하는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기자-멤버중 가장 먼저 뮤지컬 했잖아요. 뭐가 그렇게 좋아요.

승리-다 할 수 있잖아요. 노래도 할 수 있고 연기도 하고 춤도 추고 관객과 같이 호흡할 수 있고.

기자-콘서트를 못하는 가수라면, 연기를 안 하는 가수라면 그럴 수 있는데, 승리씨는 다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꼭 그렇게 뮤지컬을 하고 싶었어요?

승리-솔직히 얘기할까요. 좀 쉬고 싶었어요. 근데 비즈니스라는 게 꼭 그렇게 가는 게 아닌거고. 저희가 생각하는 건 한틈도 대중이 저희로부터 시선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대중은 빨리 질려요. 핸드폰도 빨리 바꾸고, 빅뱅이 쉬고 있을 때 다른 가수들이 너무 치고 올라오면 우리도 사라질 수 있겠다 싶기도 하고. 그래서 빅뱅은 쉬지만 그때도 두 멤버는 뮤지컬도 하고, 엠씨도 보고 다방면에서 활동해야죠.
또 '샤우팅'은 우리랑 잘 맞기도 하고. 게다가 뮤지컬 보러 올 사람들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요. 전 딴 뮤지컬 보러 갔을때 관객들 보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요. 옆에 있는데 저도 벅찬 거에요. 한곳에 집중해 있고, 시선이 마주치고. 저도 무대에 섰을 때 그런 게 희열이 느껴져요.

기자-언제 그렇게 뮤지컬을 느끼게 됐어요.

승리-잘 몰랐어요. 한번도 본 적 없고, 관심도 전혀 없었어요. 근데 '소나기'하자는 대본을 보고 푹 빠졌어요. '또 없어요, 딴 거 없어요.' 그러면서 빠져 갔어요. 헤어 스프레이, 김다현씨 나오는 라디오 스타. 그러면서 정통 쪽으로 빠졌죠. 레미제라블 지킬앤하이드 미스사이공…그러다 책도 사서 보기 시작했어요. 브로드웨이가 어떤지, 거기 뮤지컬 스타들은 어떻고 돈은 얼마나 버는지 등등.

기자-그럼 앞으로도 뮤지컬 계속 하고 싶어요.

승리-그럼요

기자-아까 그런 얘기 잠깐 했는데, 요즘 2PM 많이 뜨는 데 신경 쓰여요? 긴장되요?

승리-음, 글쎄요. 얘기해야 되요? 말 안 할래요.

기자-작년에 처음 했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좀 다른가요.

승리-다르죠. 뮤지컬 배우들은 그런 마인드가 있어요. 영혼을 다한다는. 2시간 내내 긴장을 놓을 수가 없어요. 계속 반응해야 하잖아요. 눈의 초점까지. 뮤지컬 많이 보는 사람들은 다 알아요. 그래서 혼자서 연습 많이 해요. 저쪽에서 뭘 하고 있는데 난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그런 게 재미 있는 거 같아요.

기자-승리를 뮤지컬 배우로 인식시키고 싶으세요

승리-아니에요. 전 본업은 가수에요. 무조건 가수에요. 전 노래하는 사람이라서 뮤지컬도 하는 거에요. '저 친구가 노래도 하고, 춤도 사랑하니깐 뮤지컬을 하네' 그거에요. 근데 인기 있는 가수가 뮤지컬 한다니깐 마케팅이다 그러잖아요. 그래서 전 첫번째 뮤지컬 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저 친구가 인기가 많아서 시킨 줄 알았는데 끼가 있네" 그런 얘기 듣고 싶어요. 그럼 제가 출연하는 작품 또 보러 올 거 아니에요.

기자-시원시원하시네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뭘 말씀드리고 싶은가요

승리-경기가 불황이니깐, 많이들 휴가 안 가시잖아요. 그런 분들이 많이 보러 오시면 좋겠어요. 아주 즐거운 작품이에요. 또 이 작품을 보고 열심히 살고 있고, 화이팅을 받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단지 빅뱅의 승리 대성이 아니라 꿈을 향해 쫓는 젊은이들의 얘기를 보셨으면 좋겠어요.

기자-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승리-한가지만요. '개인적으로 승리군은 뮤지컬 배우 조정은씨를 좋아한다'고 써 주세요.

기자-뭘 보셨나요.

승리-비디오로 '로미오와 줄리엣' '미녀와 야수'를 보았어요.(유희성) 단장님 밥 같이 먹게 해 주신다고 했는데…. 조정은씨랑 누나 동생 사이로 안 될까요. 목소리를 너무 좋아해요.

글=최민우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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