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홈쇼핑하겠다' 케이블TV 벼랑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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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이미지 훼손이 문제겠느냐. 하도 광고가 없으니 홈쇼핑 프로라도 해서 광고 손실분을 메워야 한다. 이건 생존의 문제다. " 지난달 18일 종합유선방송위원회에 장르변경 신청을 낸 후 20일 문화관광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일부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체 (PP) 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 장르와 충돌하는 새 장르는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사면초가' 에 몰린 몇몇 채널들은 "결과에 관계없이 살길을 찾겠다" 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가 장르로 영화를 신청한 A&C코오롱은 이미 80년대 이전 예술영화 중심으로 외화 구입을 추진 중이며 다음달 1일부터 '영화' 채널임을 덧붙이는 쪽으로 채널명을 바꿀 예정. 위원회에 "부 (副) 편성 개념과 비율을 확대해달라" 는 건의서를 제출했던 CTN은 현재 '최선규의 TV쇼 알뜰정보' 라는 60분짜리 홈쇼핑물을 방영 중이다.

얼마 전 모 신문에 홈쇼핑 성격의 '정보프로' 를 한다는 전면광고까지 낸 상황. "송장에 칼 꽂겠느냐" 는 입장이다.

이들은 "전문편성 세칙을 개정해 부편성 개념과 비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해달라" 고 입을 모은다.

채널 성격과 비슷해야만 부편성으로 인정받는 현 규정을 바꾸고 10%한도를 20~30%까지 늘려 달라는 것. 위원회는 현재 "세칙 개정 의향이 있다" 며 '공존' 으로 기울 눈치지만 DCN.캐치원 등 기존채널도 강경하다.

이들은 지난달 위원회에 건의서를 제출해 "전문채널 성격이 흐려지면 장기적으론 공멸한다" 고 주장한 바 있다.

부편성 규정 변경 역시 '언 발에 오줌누기' 일 뿐 장르 충돌은 필연적이라는 의견도 일리 있어 보인다.

'살고 보자' 와 '가능성 있는 것만 살리자' 가 어떤 결론을 낼지 문화부는 힘든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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