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환자들 입원·치료비 감당못해 도주 사례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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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올 추석 연휴 기간 중 전주시내 J병원의 입원환자 4명이 고향에 가 차례를 지내고 오겠다며 외출을 나갔다.

그러나 이들 중 오토바이 교통사고 환자 2명은 2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행방불명인 채 소식이 없다.

병원측은 이들이 각각 6백여만원의 병원비를 감당 못해 줄행랑을 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병원에선 3개월 전에도 팔에 큰 상처를 입고 들어왔던 李모 (25) 씨가 돌연 종적을 감췄다.

며칠 뒤 소재를 파악해보니 교도소에 잡혀 들어가 있었고, 보증인도 수감돼 있었다.

병원측은 교도소로부터 재소자증명서를 받아 병원비 감액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경제난으로 실직.파산 등이 늘면서 병원 환자들 가운데 입원.치료비를 감당 못해 도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간호사와 원무과 직원 등이 도망 우려가 있는 환자들에 대해 보호자 면담 등을 실시하며 집중관리하거나, 전화로 납부를 독촉하는 등 진땀을 빼고 있다.

전주시내 Y종합병원엔 입원비를 내지 않고 사라져 버리는 환자가 최근 들어 매월 3~4건씩 발생하고 있다.

올들어서 지금까지 30여건이 발생해 지난해 (연 1~2건) 보다 크게 늘었다.

전주시내의 다른 J종합병원엔 지난 5~9월 도주 환자가 71명이나 됐다.

또 전남대 병원 응급실의 경우 올들어 한달 평균 3건 정도 치료비를 내지 않고 도망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들의 치료비는 2만~5만원정도가 보통이나, 액수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병원측은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병원측은 또 전산관리시스템에 등록해 뒀다가 이들이 앞으로 병원에 오면 즉시 확인 안낸 치료비를 받아내는데 활용하고 있다.

한편 환자 중엔 치료 자체에 항변하거나 치료 후에도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경우도 있다.

이달 초 독극물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 발견돼 후송된 金모 (49.전주시평화동) 씨는 응급치료 후 곧바로 도주했다.

金씨는 집으로 치료비를 받으러 간 병원 직원에게 "사업이 망해 죽으려고 했는데 왜 살려놨냐. 병원비는 절대로 줄 수 없다" 며 도리어 화를 냈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올들어 도주 환자들이 크게 늘어 입.퇴원 관리를 강화했다.

특히 응급실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엔 반드시 신분증확인과 보증인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전주.광주 = 장대석.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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