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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트루먼 쇼'의 피터 위어 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싱가포르에서 만난, 호주출신의 피터 위어 감독은 '영화가 용두사미격으로 피상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데 그쳤다' 는 지적에 '나는 항상 소수의 지적인 관객보다는 일반대중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든다' 며 자기를 방어했다.

- 이 영화를 미디어에 대한 비판으로 봐도 되는가.

"그렇다. 지난 해 죽은 영국의 다이애나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파파라치들은 거울 뒤에 카메라를 숨겨놓고 그녀가 목욕하는 장면까지 찍은 일도 있다. 그런 걸 우리들은 얼마나 즐겼던가.

파파라치란 다름 아닌 바로 우리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시청자들은 그런 관음증 환자들이다. "

- 코미디영화에만 출연했던 짐 캐리는 이번 영화로 연기인생에 큰 전환을 맞을 것 같다.

"당초엔 톰 행크스를 염두에 뒀다. 그러나 짐 캐리를 만나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의 성장배경이나 생활이 영화의 주인공과 많이 닮았다. 그는 16세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청소년 시절을 거의 갖지 못했다. 집에서도 항상 분위기를 밝게하는 역할이 주어졌던 모양이다.

95년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악수하는데도 마치 연기를 하듯 오버 액션을 보였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고 누군가를 위해 연기를 해야한다는 스타성이 이미 몸에 배어 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트루먼 역을 잘 해내리라 판단했다. "

- 당신은 할리우드의 다른 감독들에 비해 메시지 전달에 많은 관심을 두는 편이다. 그러나 문제를 심오하게 파고들지 못하고 겉만 훑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나는 항상 관객들 입장에 서려고 한다. 그들은 스크린에서 희망과 꿈을 발견하길 원한다. 79년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일본의 나이많은 도공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기억에 생생하다.

'동양에서는 신의 뜻이 장인의 손을 통해 표현 될 때 (예술) 작품이 되었지만 서양에서는 아티스트들이 마치 스스로가 신이라도 되는 양 작품을 만들어 온 차이가 있다' 고 했다.

나는 동양식의 작업방식에 동조한다.

'트루먼 쇼' 에서 연출자인 크리스토퍼 (에드 해리스) 는 자신을 신이라고 착각했기때문에 프랑켄슈타인 박사처럼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요즘 젊은이들도 예술가를 신으로 보고 있다.

신이 사라진 시대에 예술가를 신으로 떠받들기 때문에 작품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예술가란 그리고 감독이란, 신과 인간 (관객) 을 연결하는 매개체에 불과하다. " 24일 개봉.

싱가포르 =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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