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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바둑]창하오 - 목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잡초류의 허실

총 보 (1~145)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바둑도 아름다움을 숭상한다.

좋은 수는 아름답고 추한 수는 대개 악수이기에 바둑의 고수들은 본능적으로 형태의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이런 경향은 추한 수는 설령 대마가 죽는다 해도 둘 수 없다는 일본식 탐미주의를 낳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오타케 (大竹英雄) 9단은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의 허점을 통렬하게 응징하며 새롭게 등장한 것이 한국식 잡초류다.

빈 삼각이든 포도송이든 모양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게 잡초류의 본질이다.

이 판에서 睦4단이 구사한 47의 수 (과거엔 48을 얻어맞아 포도송이가 되는 것은 하수의 감각에 속했다)가 그렇고 빵때림을 허용하며 돌파를 강행한 55, 57이 그렇다.

睦4단은 똘똘 뭉쳐지고 구겨지면서도 59에 이르러 우측 백6점을 잡아버렸으니 실로 잡초류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그렇다면 잡초류는 기존의 바둑보다 진보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잡초류는 아름다움을 지나치게 추구하다 탐미적으로 흐른 일본식 미학에 대한 응징이자 반동일 뿐 잡초류 역시 약점을 지니고 있다.

이 판에서 보더라도 창하오8단이 빵때림에 혹해 58로 때렸으니 망정이지 '참고도' 백1로 늘어 같이 잡초류로 나왔더라면 백들을 잡기까지는 많은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우변을 잡은 이후 睦4단은 완벽한 운석으로 중국의 1인자 창하오를 따돌렸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준 힘은 睦4단이 이미 일류의 경지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45=34, 123=55, 144=118) .145수 끝, 흑 불계승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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