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로펌 '부익부 빈익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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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로펌 (법률회사) 업계에도 '빈익빈부익부 (貧益貧富益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기업관련 의뢰건수가 급속도로 주는 가운데 그나마 이름 있고 큰 로펌에만 의뢰가 몰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장 등 일부 선두업체는 계속 변호사수를 늘리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군소업체들은 내년도 변호사 채용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편 로펌마다 수임료 등을 제때 내지 않는 기업고객이 늘어 미수금 회수에 애를 먹고 있으며, 그나마 꾸준한 기업 인수.합병 (M&A) 등 구조조정 일감도 정작 성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아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 = 로펌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기본적으로 일감이 충분했고, 또 김&장 등 상위 업체들이 처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관련 사건을 중하위 업체들이 나눠 맡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그나마 상위 로펌에 집중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 고 털어놓았다.

대기업 S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름 있고 지명도 있는 곳을 찾게 된다" 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외국기업 고객을 많이 확보한 김&장의 경우 올해 10명의 변호사를 새로 영입, 국내변호사 1백10명.외국변호사 25명 등 1백35명의 변호사가 포진한 아시아 최대규모로 성장했다.

한미.세종.태평양 등은 국내외 변호사가 50~60명 정도고, 나머지 로펌들은 변호사수가 10~20명 안팎.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법무법인 율촌.세경합동.진&리 등 10명 안팎의 변호사로 구성된 전문 로펌들이 조세.해상 등 특수분야 사건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중구조를 보이기도 한다.

◇ 일이 줄고 있다 = 가장 현저한 감소폭을 보이는 분야는 상반기까지 '효자' 노릇을 한 법정관리.화의사건. 상반기만 해도 기아. 진로. 한라. 해태. 나산. 극동건설. 미도파. 대농. 거평. 쌍방울. 뉴코아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법정관리.화의신청이 줄을 이었으나 하반기 이후 신규사건이 거의 없다.

김&장의 한 변호사는 "구제를 신청할 만한 대기업은 거의 대부분 걸러진 데다 금융권에서 최장 6개월까지 부도가 유예되는 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 이나 퇴출대상기업으로 선정, 다른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어 법정관리.화의를 추진하는 기업이 크게 줄었다" 고 말했다.

해상분야도 세계 경기퇴조로 물동량이 줄어듦에 따라 의뢰건수가 줄고 있다.

해상사건 전문변호사는 "법률사무소에 따라 적게는 10%, 많게는 50% 정도까지 해상사건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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