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학부모가 만나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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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비가 쏟아지는 데도 불구하고 상산고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 20여명은 서울에서 전주까지 한달음에 내려갔다. 중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참석한 조선희(42·강남구 일원동)씨는 학교도 직접 둘러볼 겸 참석했다며 활짝 웃었다. 상산고 1학년 채수명주진원군의 어머니 박미숙(47·전주 삼천동)김인순(45·전주 인후동)씨가 상산고 입학과 관련해 후배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고교 성적 위해 수학은 반드시 선행
상산고는 중학교에서 ‘한 공부’ 한다는 학생들이 모여든다.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만큼 경쟁률이 치열해 내신 1등급도 떨어지기 일쑤다. 박씨는 “우리 아이의 반에 수학특기자로 입학한 학생이 13명이나 된다”며 “고교 1학년 시험문제가 대학 교과과정과 연계돼 출제될 만큼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해왔던 터라 상산고 합격통지서를 받고도 3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까지 내신공부에 주력했다”며 “그때 생각을 바꿔 미리 고교 수학을 준비했다면 이렇게 고전하진 않았을텐데 새삼 후회스럽다”고 털어놨다.

아들이 내신 1% 이내·TEPS 868점 등 뛰어난 실력으로 격한 김씨는 “수학점수가 98점인 학생도 있지만 30점인 학생도 있다”며 “수학 선행을 한 학생들을 따라잡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무턱댄 자사고 지원은 후회 불러
“어렵게 입학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학하는 학생도 있어요.” 전교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혔던 학생들이 내신의 한계에 부닥쳤을 때 받는 심리적 부담은 이만저만 아니다. 박씨는 수학 공부에 매달리는 아들을 볼 때면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는 아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면서 자사고에 온 것을 후회했다고 밝혔다.

“우수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라 면학 분위기는 좋지만 경쟁이 치열해요. 지난 기말고사에서 31명 중 4등을 했는데 부족한 수학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른 과목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야만 했어요.”

그러나 ‘전주의 우물 안’에서 벗어나 전국에서 모인 아이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력을 쌓아간다는 면에서 만족스러워 했다. 박씨는 “무턱대고 지원하지 말고 의지가 약하고 마음이 여린 학생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렴하고 수준높은 방과후 특강
상산고는 교사가 강의를 개설, 학생들이 자유롭게 신청하는 방과후 특강을 운영한다. 주진원군은 방과후 특강으로 수학과 논술을 듣는다. 한달 수업료는 과목당 10만원 이내.지원 학생수가 많으면 수업료가 더 적어진다. 김씨는 “학원보다 강의 수준과 질이 훨씬 높아 아이가 매우 만족스러워 한다”며 “학원에 안 다녀도 학교가 책임져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주군은 특강을 활용해 올해 안에 수학 실력차를 완전히 극복할 계획이다. 그는 “상산고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며 활짝 웃었다.  

<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

<사진 =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사진설명]
지난달 28일 전주 상산고 회의실에서 40명의 수험생 및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손성호 상산고 교사가 2010학년도 선발전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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