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생존 국군포로 30명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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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전쟁 때 북한으로 끌려갔던 국군포로중 30여명의 생존자 명단이 확보돼 국방부가 확인작업에 나섰다.

국방부는 북한을 탈출해 제3국에 체류하다 지난달 30일 45년 만에 귀환한 국군포로 장무환 (張茂煥.72.포로 당시 일병) 씨의 조사과정에서 국군포로 7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張씨가 평안북도.함경북도의 탄광 등지에서 같이 지낸 포로들로 이중 40여명은 숨졌으며, 나머지 30여명은 열악한 근무조건과 식량난 속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 국방부는 張씨의 명단을 우리 군의 전사자 명단과 대조하고 있으며, 생존자가 확인되면 국제적십자사와 유엔 등 국제기구나 남북한 접촉을 통해 송환을 적극 요청할 방침이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생활 때 張씨의 7인 가족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배급받은 식량은 강냉이만 15.2㎏뿐. 때문에 "버섯.나무껍질을 강냉이에 섞어 죽을 만들어 먹었다" 고 張씨는 진술했다.

북한에 남겨둔 張씨의 가족은 부인과 딸 3명.아들 2명이다.

고향인 경북 울진에도 결혼 4년만에 헤어져 수절해온 부인 (68) 과 아들 (45) 이 있다.

張씨는 포로출신이라는 '불량 성분' 탓에 자녀들의 군입대.노동당 입당.대학진학이 제한받고, 주위의 감시를 받는 데다 식량난까지 겹치자 지난 8월 11일 혼자 두만강을 넘었다.

張씨는 휴전협정 직전인 53년 7월 보병3사단22연대 소총병으로 강원도 금화전투에서 중공군 수류탄에 다리를 다쳐 포로가 됐다.

북한에서 채탄공 생활을 하다 86년부터 함북 온성군 산림경영소에서 일했다.

張씨는 20일께 면역식 (免役式) 을 갖고 기자회견을 통해 국군포로들의 실태.탈출과정을 밝힐 예정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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