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 대한항공 중징계 배경·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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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근 잇따라 항공사고를 낸 대한항공에 대해 정부가 유례없이 국내선 감축 운항과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통하는 서울~도쿄노선 10% 감축 운항 조치를 내린 것은 당국이 더이상 안전불감증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부터 약 2개월간 발생한 대한항공의 각종사고 7건은 기체결함도 한 원인이지만 거의 대부분이 정기점검을 게을리한 인재 (人災) 성 사고라는 것이 건설교통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사고 항공사엔 반드시 상응하는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 는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대한항공의 사고 7건중 지난 1일 강릉공항 F100기 유압계통 이상은 너트를 제대로 조이지 않아 오일이 새나가 발생했다.

또 지난달 8일 김해공항의 바퀴 펑크는 랜딩기어 잠금장치가 부식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는 등 단순한 고장이라기보다 인재 성격이 짙다는 것이 건교부의 결론이다.

또 조종사들이 기내 여압장치 작동을 잊거나 (9월 3일 제주) 착륙후 역추진 장치를 작동하지 않는 (8월 5일 김포) 등 잦은 과실을 범한 것으로 드러나 정비.조종 등 전분야에서 기강이 해이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교부의 이번 조치로 대한항공은 6개월간 국내선 14.8% 감축 운항을 통해 약4백50억~5백억원의 매출손실을 볼 것으로 보이며 도쿄노선의 10% 감축 운항을 통해서는 연간 약 1백억원 가량의 매출손실이 예상된다.

여기다 대한항공이 감수해야 할 대외신인도 추락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분을 포함시킨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동안 정부는 인명피해가 없는 준 (準) 사고에 대해서는 조종사.정비사 등 관련 종사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렸고 해당항공사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사고 책임을 항공사에 직접 물어 다시는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대형 항공사고가 발생했어도 항공당국의 제재는 1개월 정도의 당해 노선 운항중단 등 비교적 가벼운 편이었다.

중요 과실로 인한 사고발생시 면허취소가 가능하다는 항공법상 처벌규정이 유명무실한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이번에 건교부가 대한항공에 내린 징계는 전세계적으로 항공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쿄노선의 10% 감축까지 포함시켜 국내항공 역사상 최고 중징계로 기록된다.

건교부가 인명피해 없는 사고임에도 전례없는 초강경 조치를 내린 것은 최근 연이은 항공사고로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조치로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은 결과적으로 매우 유리해졌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서울~도쿄 노선은 주5회로 대한항공의 주28회에 6분의1 수준. 하루 한차례 도쿄 왕복 운항이 회사의 목표인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기회에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도쿄운항권중 주 2회를 자연스럽게 넘겨 받는 행운을 고대하고 있다.

신중돈.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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