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V자? 경기 선행·동행 지표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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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서 ‘U자형’으로 시간을 두고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외환위기 때처럼 ‘V자형’의 가파른 회복을 이룰 수 있을까. 최근 각종 경기지표들이 급격히 좋아지면서 ‘V자형’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기지표의 추세가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경기선행지수가 120.8을 기록해 한 달 전보다 2.8% 상승했다.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3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경기동행지수도 3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더니 6월에 116.8로 전달보다 2% 올랐다. 78년 1월 2.1% 이후 31년여 만에 최고치다. 동행지수가 현재의 경기 상태를 보여주고, 선행지수는 6~9개월 뒤의 경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따라서 통계만 놓고 보면 경기 회복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외환위기 때도 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 97년 말 이후 급락했던 선행지수는 이듬해 4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8월엔 1%대의 상승률을 보였다. 동행지수도 98년 10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 결과 경제는 ‘V자’를 그리며 회복했다.

당시보다 더 나은 모습도 있다. 6월 선행지수와 동행지수를 구성하는 18개 지표가 모두 전달보다 상승한 것이다. 2002년 2월 이후 7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현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동행지수는 생산과 무역·고용 등의 각종 지표를 포함하고 있는데 모두 상승했다는 것은 부문별로 골고루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선행지수 상승폭이 커지는 점도 향후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것을 예고한다. 특히 선행지표인 자본재 수입액(전월비 4.9% 상승)과 기계 수주액(16%)이 크게 늘었다. 걱정하던 투자도 회복 조짐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수출은 여전히 근심거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20.1% 감소한 327억 달러, 수입은 35.8% 줄어든 276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들고 있는데, 그나마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해 무역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7월 무역흑자는 51억 달러로 6월(72억7000만 달러)과 4월(56억3000만 달러)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주력 수출시장인 선진국들이 본격적인 회복을 보이고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경기 회복 전망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혁주·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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