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세계은행·G7 재무회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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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당면한 세계 경제 위기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6일 (현지시간) 부터 워싱턴에서 시작된 제53차 국제통화기금 (IMF).세계은행 연차총회가 8일 막을 내렸다.

연차총회에 앞서 서방선진 7개국 (G7) 재무장관 회담과 26개 선진.신흥국가회담 등이 잇따라 열리면서 경제위기 처방을 위한 여러가지 대안들이 제시됐다.

이번 G7회담과 IMF총회에서 거둔 가장 분명한 성과는 선진국.개도국 할 것 없이 현재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태이며 이를 치유하기 위한 '단호한 행동' 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또 투기자본 (핫머니) 규제 문제와 IMF개편 및 금리인하 공조문제 등에서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몇가지 진전을 보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토론은 많았으나 실속은 없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핫머니 규제 = 5일 열린 26개 선진.신흥국 회담에서는 투기성 자본의 이동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이 보고 됐다.

이 방안은 자본이동 규제에 대해 국제기준 마련을 위한 첫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요 내용은 ▶헤지펀드와 대규모 기관투자가들로 하여금 정부당국에 국제 투자내역을 공개토록하고 ▶금융거래 규제.감독 강화위한 국제적 기준 설정 ▶한 국가에서 대규모 외화유출시 일시적 대외지급 중단을 허용하고 IMF와 협상을 벌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투기자본 규제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칼자루를 쥔 미국과 IMF는 여전히 자유로운 자본 흐름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IMF.국제금융기구 개편 =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IMF내에 사전 긴급대출 장치를 마련, 위기 재발을 막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G7 재무장관들도 미국의 추가출자가 이뤄질 경우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에대해 IMF의 잭 부어먼 정책국장은 7일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은 좀더 손질이 필요하다" 며 "IMF의 정책권고기관인 잠정위원회가 국제금융제도 개선과 관련한 새로운 계획을 갖고 있다" 고 밝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각국의 실무책임자들이 파견되는 IMF의 집행이사회 대신 24개국의 장관급 대표들이 모이는 잠정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은 IMF.세계은행.국제결제은행 (BIS) 등이 모여 국제금융감독 기준을 논의할 수 있는 '상설위원회' 설치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 IMF 추가출자 문제 = 미 의회와 백악관은 1백80억달러 규모의 IMF 출자법안과 관련 7일 접촉을 갖고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프랑스 등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이 출자를 결정한 마당에 세계 경제의 지도국인 미국이 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IMF의 제도적 개혁과 운영내용 공개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출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미 의회와 백악관.IMF가 어느정도 선에서 타협을 이뤘는지는 불분명하나 미국의 출자 결정이 이뤄질 경우 IMF의 개혁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금리인하.경기부양 = 선진국 중앙은행장간에 공식적인 금리인하 합의 선언은 없었지만 그동안 부정적 자세를 보이던 독일과 프랑스가 금리인하에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또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장이 7일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한데 이어 영국도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도 아시아국가에 대한 3백억달러 지원 발표에 이어 10조엔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다.

◇ 향후 과제 =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회담이 말잔치에 그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장기적인 구상만 무성했지 위기 국가들에 도움을 줄 만한 단기적인 대책 마련은 등한시했다는 것이 개도국들의 불만 사항이다.

그러나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1백82개국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장 어떤 결정이 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라며 "세계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한 것이 큰 성과" 라고 말했다.

루빈 장관은 "위기 국가들을 돕는데는 민간금융기관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데 상당한 공감대를 이뤘다" 고 밝혔다.

IMF 일부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나온 갖가지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데만도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대한 개입을 어느선에서 할 것이며 각국 정부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초국가적 감독기구간의 권한 설정 등 복잡한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단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국제금융체제 개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다음달 중 G7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 (APEC) 회담에서도 자본이동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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