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고소득 전문직 탈세 확실히 뿌리뽑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에 대한 과세가 대폭 강화된다고 한다. 이를 위해 환자나 소송 의뢰인 등 거래 상대방에게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현금영수증, 세금계산서 같은 증빙서류(적격증빙)를 반드시 발급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해당 금액만큼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또 이들 사업자가 적격증빙을 발급하지 않을 경우 이를 신고하면 탈세 신고와 마찬가지로 신고포상금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의 이번 방안은 모처럼 실효성 있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이들 전문직 사업자의 탈세는 공공연히 이루어져 왔으나, 대책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여론이 안 좋거나 세수가 부족할 때마다 일제 단속에 나서 적발 결과를 발표하기는 했다. 하지만 탈세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그때그때 기준이 다른 자의적인 단속에 그쳤다. 이러다 보니 수십 년간 계속된 전문직 사업자의 탈세 문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과거 단속 위주의 대책과는 달리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던 세금 탈루가 드러나도록 제도적인 유인책을 강구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돋보인다. 즉 거래 금액에 대한 증빙을 의무화해 과세표준금액 양성화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신고에 대한 포상과 위법에 대한 징벌을 동시에 강화함으로써 탈세에 대한 유혹을 양면에서 압박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의사·변호사 탈세에 흔히 이용되던 현금거래 할인 수법의 경우 환자나 의뢰인이 이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과거 신용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에 대한 세제혜택이 자영업자들의 세원 노출에 크게 기여한 것처럼, 전문직 사업자의 현금 할인에 대한 신고에도 포상이라는 인센티브를 도입함으로써 신고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이번에도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난다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것이다. 이번 방안을 골자로 한 ‘조세범처벌법 개정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해 제대로 시행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