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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능력시험 실용 바람 거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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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20면

중국어 붐은 국내 대학들이 개설한 중국 관련 학과 수에서 잘 나타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5년 151개 대학에서 운영했는데 지난해엔 174개 대학으로 늘었다. 재학생 수는 2만8000여 명에서 3만4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 회복의 견인차로 나서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중국어 교육의 실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어중문학과·중국어학과 일색이던 대학들의 학과 개설도 중국통상학·관광중국어학·중국언어문화학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학과 특성에 따라 통상·관광·요리·영화 등 다양한 전문 용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김종미 교수는 “한·중이 문화적으로, 언어학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전제로 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차이나로학원’의 김기숙(38·여) 강사는 “요즘엔 학생들 스스로 문법·독해 위주의 중국어에 한계를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유학생 최성우(27ㆍ대외경제무역대 석사과정)씨는 “기업 현장에선 문화와 유행이 녹아 있는 다양한 표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중국어 실무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을 새로 개발했다. 바로 말하기·쓰기를 강조하는 비즈니스 중국어 시험(BCT:Business Chinese Test)이다. 이에 따라 HSK(漢語水平考試) 위주였던 중국어 학습 시장도 변하고 있다. HSK는 1992년 중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중국어 구사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 10만 명의 한국인이 국내외에서 응시해 왔다.

이에 비해 BCT는 비즈니스 현장 능력을 중시한다. HSK와 똑같이 한판에서 주관한다. BCT에서는 인력 모집 공고, 부동산 광고, e-메일 작성법, 은행 계좌 개설 등과 같이 실무 소통 능력을 측정한다. 말하기 영역 문제는 “다음 주 금요일 당신 집에서 만찬을 주최할 예정이다. 사무실 동료에게 만찬의 시간과 장소, 참가 인원, 내용을 담은 초대 음성메시지를 남겨라”라고 요구한다. 쓰기 영역에선 ‘어떨 때 양복을 입나’라는 질문에 대한 95년과 2005년의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를 제시한 뒤 10년간의 사회 변화를 기술하라는 식이다.

한판 측은 “HSK가 중국 대학에 진학해 수업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을 측정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면 BCT는 비즈니스와 생활 회화를 더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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