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金주역] 금빛 열정 모아 이젠 '金빛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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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모 한국 올림픽참피온클럽 회장과 이준호 김수녕 김원기 등 회원들이 지난 3월 충남 서천군 아담도서관에 도서를 기증하는 등 선행을 펼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천사데이행사’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국올림픽참피온클럽의 핸드볼 금메달 리스트들.

아테네올림픽 개막이 불과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올림픽에서는 또 어떤 금메달리스트가 등장해 국민들을 흥분과 감동의 세계로 안내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1976년 몬트리올에서 레슬링의 양정모가 첫 금메달을 따낸 이래 2000년 시드니올림픽까지 총 99명의 태극 전사들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서며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세계에 떨쳐 왔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올랐던 금메달리스트들은 이후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인생이라는 또 다른 경기장에서 또 하나의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만나 봤다. /기획취재팀

금메달리스트 봉사단체 '올림픽 참피온 클럽'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사회에서도 금메달.'

지도자로 후계자를 양성하는 사람, 경험을 바탕으로 지식을 쌓아 강단에 선 사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저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공통된 마음가짐이 있다. 금메달을 향해 땀 흘릴 때 뒤에서 성원을 아끼지 않은 국민들을 위해 뜻깊은 봉사 활동을 하자는 것. 그래서 모여 만든 사회봉사단체가 한국올림픽참피온클럽(www.ikocc.org)이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한국 국적으로 첫 금메달을 땄던 양정모 한국올림픽참피온클럽 회장(52.레슬링)은 "그동안 국민 여러분에게 받았던 따뜻한 사랑을 주위에 있는 소외된 이웃에게 되돌려주고자 단체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12일 하.동계 금메달리스트 40여명이 모여 발족식을 가졌다. 1년이 지난 지금은 금메달리스트 8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참고로 역대 금메달리스트는 총 99명(13개 종목, 58개 금메달)이다.

올림픽참피온클럽은 1년 동안 소년소녀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는 청소년 등 사랑과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따뜻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사회봉사를 체계적으로 펼치기 위해 사회복지사 2명을 블러들였다?? 양희승 기획실장은 "천사데이, 체육꿈나무 지원, 도서기증 사업 등을 벌여왔다. 앞으로는 체육 꿈나무 인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천사데이'는 매년 '10월 04일'에 사랑과 봉사활동을 통해 천사가 되자는 운동이다. 지난해 10월 4일에는 동두천 희망천사운동본부와 함께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백혈병환우 등을 초청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지난해 말에는 '사랑 나눔의 밤' 행사를 열어 체육 꿈나무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유도 레슬링 양궁 핸드볼 복싱 쇼트트랙 등 6개 종목의 중고생 선수가 꿈나무로 선정돼 혜택을 받고 있다. 금메달을 딴 13개 종목까지 체육 꿈나무를 더 늘리는 것이 올해 하반기 목표다.

지난 3월에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 종지리의 한 작은 마을 교회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열린공부방&아담도서관'에 책 777권을 기증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도서관에 책을 보내달라'는 사연이 접수돼 저학년용 그림책에서 위인집 등 도서를 마련한 것이다.

유인탁 부회장은 "다들 넉넉하게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참피온클럽은 금메달리스트들이 매달 혹은 분기별로 납부하는 기금으로 운영되는데, 일반인의 참여도 가능하다?? 일반 회원으로 가입, 매달 최소 1만 원의 회비를 비불하면 사회봉사활동에 동참하게 된다.

양 회장은 "금메달은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땀 흘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얻어낸 결과의 산물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현실에 힘들어 하는 이웃들이 많다. 이들에게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보내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취지다. 국민 모두가 진정한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메달 대부분 개인 보관…심권호·김원기 기증

역대 금메달리스트는 대부분 금메달을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보물로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다. 선수 시절 수확한 각종 대회 메달 및 기념패 등과 함께 모아두지만 금메달은 가장 보기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땀과 노력의 결과물인 영광의 금메달을 자신만의 보물로 간직하지 않고 기증을 한 금메달리스트들도 있다.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에서 연거푸 금메달을 딴 심권호(레슬링.사진)는 올해 초 서울올림픽기념관에 금메달 2개 모두를 선뜻 기증했다.

서울올림픽기념관의 박병학 씨는 "지난 연말 역대 금메달리스트들의 도움으로 금메달 기획전시를 실시했다. 개인이 보관하고 있던 금메달을 한데 모은 기획전시가 끝나고 유일하게 심권호 씨로부터 금메달 2개를 기증받았다"고 말했다.

심권호의 금메달은 지금 별도 보관 중이지만 하반기 중에 별도 코너를 만들어 상설 전시될 계획이다.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원기(레슬링)는 모교인 전남대학교의 박물관에 금메달을 기증했다. 김원기는 2002년 열린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에서 금메달과 함께 월계관, 훈장 그리고 올림픽 당시 입었던 유니폼, 신발 등을 기증했다.

전남대 출신 중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원기는 "올림픽 금메달은 내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보물이지만 개교 50주년을 맞은 모교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기증했다"고 말했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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