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여행' 신도 7명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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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5일 오전 6시쯤 강원도양양군양양읍포월리 남대천둑에 주차한 베스타승합차에서 불이 나 차안에 있던 서울중랑구묵2동 영생교회 목사 우종진 (禹鐘振.53) 씨와 가족.신도 등 남녀 7명이 숨졌다.

현장을 목격한 金병천 (42.공무원.양양읍서문리) 씨는 "조깅중 승합차 앞에 3명의 남자가 차량에 무엇인가를 뿌리고 이불같은 것으로 승합차 뒷유리창을 덮는 것을 봤다.

조깅을 마친 뒤 승합차 안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

차안에서 '살려달라' 는 외침은 없었다" 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숨진 사람들은 禹씨와 부인 崔순자 (54).아들 제홍 (27) 씨, 신도 李영희 (52.여).崔계자 (37.여).崔수웅 (27).朴혜숙 (26.여) 씨로 밝혀졌다.

경찰은 禹씨의 여동생들이 "오빠가 영생교회 신도들과 함께 오래전부터 집단생활을 해왔으며 지난 7월말 순교를 위해 강원도로 떠났다" 고 진술한 점으로 미뤄 禹씨 등이 종교적 믿음에 따라 집단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승합차 안에서 석유냄새가 나고 시체에 골절이나 상처 등 반항한 흔적이 전혀 없는 점으로 봐서 일단 자살로 추정된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확한 사인 및 신원파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禹씨 등의 시체에 대한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조사 결과 禹씨는 82년 서울 S신학교를 졸업한 뒤 영생교회 개척목사로 활동해 왔으며 90년까지는 신도수가 1백여명에 이르렀으나 자신을 신격화하고 순교를 강조하는 등 이단성으로 신자수가 크게 줄어 7~8년전부터 이들 7명이 禹씨의 집과 전국 각지를 떠돌며 집단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기도부천시역곡3동 영생교 하나님의 성회승리재단은 "禹씨 등 숨진 사람들은 승리재단의 성도로 등록돼 있지 않고 영생교는 교직에 목사라는 명칭이 없다" 며 "더욱이 영생교에서 주장하는 순교는 영적인 의미의 순교로 집단자살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 고 밝혔다.

양양 =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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