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태풍의 힘 = 나가사키 원폭의 1만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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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은 여름이면 우리나라에 찾아와 재산과 인명 피해를 주지만 중요한 수자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앙포토]

태풍은 우리나라에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짧은 시간에 큰 피해를 낸다. 지난1일 소멸한 제10호 태풍 '남테우른'은 다행히 예년(30년 평균)에 비해 피해가 미미했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수해 규모는 연평균 1조3000억여원이다. 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는 연평균 129명이다. 태풍이 발생하는 원인과 예방 대책 등을 공부한다.

태풍은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달해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채 아시아 동부로 불어닥치는 열대저기압을 말한다. 보통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17m가 넘는 것을 가리키며, 저위도 지역의 수온이 높은 바다에서 생긴다.

열대저기압 가운데 대서양 서쪽에서 발달하는 것은 허리케인, 인도양.아라비아해.벵골만에 생기는 것은 사이클론이라고 부른다. 세계적으로 한해 평균 80개쯤의 열대저기압이 생성되며, 그 가운데 태풍은 30개 정도다. 발생부터 소멸까지 1주일~1개월 정도 걸리는데, 일반적으로 형성→발달→성숙→쇠퇴기 등의 단계를 거친다. 태풍 에너지의 위력은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만배에 이른다.

태풍은 과학적으로 보면 거대한 수증기 덩어리에 포함된 열에너지가 (회전)운동에너지로 바뀌는 현상이다.

태풍은 고온다습한 공기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중심으로 모여들어 발달하므로 지구의 자전 효과가 어느 정도 큰 위도 5도 이상의 적도에서 발생한다. 대개 북태평양 남서쪽 해상 북위 5~20도, 동경 110~180도에서 생긴다. 태풍이 만들어지려면 해수면의 온도가 27도 이상이고, 편동풍 (적도를 사이에 둔 남북 저위도 지대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약간 쏠려 부는 바람)이 불어야 한다.

발달한 태풍은 원형에 가깝다. 그리고 한가운데에 바람이 약하고 구름이 적어 하늘을 볼 수 있는 '태풍의 눈'이 있다. 발달기 눈의 지름은 30~50km에 이른다. 눈 바깥 주변의 50~200km 부근에는 강한 상승 기류가 나타나 바람이 가장 세다.

▶왜 발생하고 북상할까=저기압인 태풍은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 일어나 주변의 고기압을 밀어내고 북쪽으로 진행하다 없어진다. 이는 온도가 높은 곳에서 일어나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지구 전체의 에너지 분포를 보면 태양열을 많이 받는 저위도에선 열이 넘치고, 태양열을 적게 받는 고위도에선 열이 부족하다. 열이 계속 불균형을 이루면 극지역은 얼어붙고 적도지역은 불타올라 지구가 위기에 처한다.

이러한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적도의 따뜻한 바람과 바닷물은 극지로, 극지의 찬 바람과 바닷물은 적도 부근으로 이동하며 순환한다. 비와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부는 등 날씨가 변하는 것도 열 균형을 이루기 위한 자연현상인 것이다.

적도 부근의 열에너지 덩어리인 태풍도 지구가 자신의 에너지 평형을 맞추기 위해 남는 곳의 열을 퍼다 고위도 지방으로 나르는 대기 현상인 셈이다.

▶피해만 줄까=태풍이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수자원의 주요 공급원이며, 더위를 식히는 효자 노릇을 한다. 태풍은 또 저위도 지역에서 축적된 대기 중의 에너지를 고위도 지방으로 운반해 지구 남북의 온도 균형을 유지시킨다. 태풍의 거대한 소용돌이는 바닷물을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밑에 있던 플랑크톤을 표면에서 분해시켜 바다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한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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