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아시아정계 여걸 5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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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와르 이브라힘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에 대한 투옥.고문 시비는 그의 부인 아지자 완 이스마일 (46) 을 아시아의 유력 여성정치인 반열에 올려 놓는 계기로 작용했다.

안과의사인 아지자는 최근 몇년간 말레이시아 2인자의 아내로서 내조와 6남매 양육에 전념해오다 남편 체포를 계기로 마하티르 타도운동에 나섰다.

명문가 출신으로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유학, 78년 안와르와 결혼했다.

관측통들은 마하티르정권의 장래가 경제회복 여부 다음으로 그녀의 투쟁강도에 달려 있다고 말할 정도. 아지자가 '떠오르는 별' 이라면 메가와티 (인도네시아).소냐 간디 (인도).아로요 (필리핀).아웅산 수지 (미얀마) 등은 각자 자기 나라에서 거물급 여성정치인으로 자리를 굳힌 인물들.

특히 수하르토 (인도네시아).피델 라모스 (필리핀).차왈릿 용차이윳 (태국) 등 남성지도자들이 부패혐의로 줄줄이 조사받는 와중이어서 이들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52) =경제난.시위사태로 하비비 정권이 흔들리는 가운데 최근 인기도 조사에서 35.8%를 기록, 아미엔 라이스 (31.4%) 와 하비비 대통령 (11.3%) 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수카르노 전대통령의 딸로 인도네시아 민주당 (PDI) 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 소냐 간디 (51) =인도 최대 야당인 국민회의당 당수. 부패.내분으로 지지도가 급락한 집권연정에 강도높은 비판 공세를 펼치면서 차기 총리감으로 떠오르고 있다.

라지브 간디 전인도 총리의 미망인인 그녀는 지난 3월 국민회의당의 당수로 선출됐다.

외교력과 청렴한 이미지가 강점. 핵실험에 따른 경제제재에도 불구, 국수주의적 정책을 표방하는 현 집권세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소냐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51) =필리핀 부통령. 차기 대선에서 필리핀 역사상 두번째의 여성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 정.부통령 선거에서 무려 47%의 득표율을 기록, 대통령에 당선된 조지프 에스트라다의 39.8%를 크게 앞질렀다.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전대통령의 딸로 조지워싱턴대를 거쳐 필리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수.관료.상원의원을 거쳤으며 재계.종교계.중산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 아웅산 수지 (53) =미얀마의 건국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 최근 섀도 캐비닛 (그림자 내각) 을 구성하는 등 군사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영국 유학중 88년 귀국, 재야인사들과 국민민주연맹 (NLD) 을 결성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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