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총격요청 의혹사건' 정치권 격변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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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판문점 총격요청 의혹사건' 은 수사내용과 여론흐름에 따라 정치권의 구도를 뒤바꿀 수 있는 폭발성을 담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2일 "이 문제가 명쾌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여야관계의 신뢰회복은 어려울 것" 이라고 전망했다.

신 (新) 북풍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려는 여권의 치밀한 시나리오가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김대중대통령이 李총재를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퍼져있다.

이 관계자는 "이회창총재의 신의에 문제가 있다는 게 여권 상층부의 공통된 생각" 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확대해석해 이번 사건을 'DJ의 새 정치판 짜기' 와 관련지으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청와대와 국민회의 핵심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정치적 잣대로 다루려는 접근자세를 거부한다. 국기 (國基) 를 흔들 만한 대선 당시의 비리를 캐는 당국의 순수한 수사차원에서 이 사건을 파악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렇지만 정국 파행의 장기화가 金대통령의 정국질서 변화의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새판짜기' 논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민련측이 사정 조기 종결론을 강하게 제기했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金대통령이 지역당 구조를 타파하고 전국정당을 만들겠다는 소신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 수를 2백50명 (현재는 2백99명) 으로 줄이고 그 반수는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정치개혁법안의 통과가 정계개편의 주요 고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金대통령의 제도적 정치개혁의 핵심내용이다.

이렇게 될 경우, 당세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자민련의 극력반발이 예상돼 자연스럽게 자민련과 결별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회창총재의 리더십을 걱정하는 한나라당의 비주류.민주계의원들의 집단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여권이 金대통령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시도하려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북풍이 정치권 판도 바꾸기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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