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공화우세 확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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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의 중간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3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빌 클린턴 대통령 섹스 스캔들의 와중에서 치러지게 돼 민주당에 얼마나 타격을 줄 것인가가 특히 관심거리다.

현 정부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지닌 이 선거의 결과는 특히 섹스 스캔들에 시달리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적 장래와 직결돼 있다.

공화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클린턴에 대한 탄핵절차를 밀어붙일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 섹스 스캔들은 공화당의 공격과 민주당의 수비라는 형태로 다시 정치쟁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 이번 선거결과가 2000년 대통령 선거를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라는 점도 관심거리다.

이와 함께 상원에서 공화당이 소수당인 민주당의 의사진행방해를 막을 수 있는 의석수인 60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거리. 미국 언론은 이를 'Y2K (2000년)' 와 '매직넘버 60' 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하고 있다.

◇ 판세 = 몇달 전까지만 해도 현 의석 분포에 별 변화를 못 주리라던 이번 선거는 르윈스키 스캔들이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오면서 공화당에 유리하게 기울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진보노선을 지지하는 정치단체 '미국의 장래를 위한 캠페인' 의 공동의장 로버트 보로세이지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율은 사상 최저일 것" 이라고 걱정한다.

예컨대 가뜩이나 투표율이 낮은 여성.흑인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들이 섹스 스캔들에 실망, 클린턴 재선 때처럼 '결집된 표' 를 몰아주지 않고 대신 백인 중심의 '분노한 보수' 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소에 나가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섹스 스캔들을 시시콜콜하게 파헤치는 공화당의 전략에 식상한 표심 (票心) 이 어디로 튈지 몰라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상원에서 공화당은 이번에 5석을 추가, 민주당의 의사진행방해를 무산시킬 수 있는 60석을 확보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다만 탄핵안 의결 정족수인 의석의 3분의2, 즉 67석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 하원에서도 공화당이 10~30석을 추가하리라는 것이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다.

◇ 정책 이슈 = 정책이 큰 이슈가 되지 않고 있는 점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공화당의 정책 가운데서 쓸만한 부분들을 과감하게 끌어와 정책화했기 때문에 공화당으로서도 특별히 꼬집을 만한 게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굳이 있다면 민주당이 교육.의료개혁.사회보장.환경 등의 국내 이슈와 중동평화 등의 국제 이슈를 들고 나오는 정도. 공화당은 북한.이라크 문제 등 클린턴이 애를 먹고 있는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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