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해외광고 아끼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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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에서 대대적인 TV광고를 시작했다.

ABC 등 5개 TV채널을 통해 뉴욕.로스앤젤레스.디트로이트 지역, 스포츠 전문채널 ESPN를 통해 미국 전역에 30초짜리 '한국타이어 북극 도전' 편을 방영한 것. 또 유럽지역에서는 지난해 영국.독일에 이어 이달부터 프랑스에서 TV광고를 시작했다.

연말에는 이탈리아.스페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한국타이어가 해외광고에 쏟아부을 금액은 2천만달러로 지난해보다 25% 가량 증가했다.

올 들어 국내광고비가 25% 가량 줄고 환율이 높아진 점 등을 감안하면 해외광고쪽에 엄청나게 힘을 쏟은 셈이다.

최근 들어 자동차.전자.제과 등 주로 소비재 제품을 생산하는 곳을 중심으로 기업의 해외광고가 부쩍 늘고 있다.

워낙 내수 (內需)가 부진하다 보니 수출로 활로를 찾기 위해 해외광고를 통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한발짝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광고에 주력하던 종전과 달리 특정제품에 힘을 쏟는 것도 최근의 특징이다.

해외광고에 부쩍 열을 올리는 곳은 자동차분야. 현대자동차는 올해 국내광고를 10% 가량 줄였지만 해외광고는 20% 늘렸다.

또 회사이미지 광고에 주력했던 지난해와 달리 제품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산 자동차가 소형이고 값이 싸다는 소비자들의 기존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제품별 광고를 강화했다" 며 "티뷰론.아토스 등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럽.북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고 밝혔다.

대우자동차는 특히 올해 첫 진출하는 미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해외광고전을 펴고 있다.

대우차 관계자는 "해외 판매법인별로 예산이 집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지만 엄청나게 는 것은 사실" 이라고 말했다.

삼성.LG.대우전자 등 가전3사도 마찬가지. 삼성은 국내광고를 30~40% 가량 축소하고 대신 해외광고를 25% 이상 확대했다.

대우전자 역시 올해 국내광고액을 40% 줄인 2백50억원으로 잡았지만 해외광고는 지난해 6천2백만달러에서 올해 6천5백만달러로 늘리고, 집중공략 지역도 경기침체가 심한 중남미.동남아시아에서 동유럽.미국 등으로 돌렸다.

LG전자는 올 해외광고비 총액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았지만 이미지광고를 줄이는 대신 제품광고를 늘린다는 전략. 제과업계도 해외광고를 크게 강화하는 추세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과자류는 2~3년전만 해도 광고 없이도 판매가 가능했지만 요즘은 사정이 달라져 해외광고를 확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중국 13개 지역에서 껌.카스텔라 등에 대한 TV광고를 실시하는 등 해외광고비를 45%나 늘렸다.

10월부터 MTV (음악방송).스타TV 등을 통해 인도지역에서 광고를 시작한 동양제과도 해외광고비를 20% 가량 늘려 잡고 미개척 시장에 대한 판촉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된 광고대상은 초코파이. 광고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가 워낙 위축됐기 때문에 당분간 해외광고는 더 늘어날 것" 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자업계의 경우 대부분 내년 해외광고비를 다소 늘릴 계획이고 한국타이어는 향후 2년간 5천5백만달러를 해외광고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불황이 동남아시아.러시아에 이어 중남미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해외광고 집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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