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금호사태, 구조조정 차질 생기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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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위기다. 박삼구 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인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이 그제 경영 일선에서 같이 물러났다. 찬구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고, 삼구 회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전문경영인을 대신 선임했지만, 경영권 공백은 쉽게 메워질 것 같지 않다. 그룹 이미지도 큰 타격을 받았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금호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형제간 우애였다. 창업자인 선친이 타계한 이후 형제들이 차례로 경영권을 이어받았고 회사 지분도 똑같이 나눠 가졌다. 가족간 분쟁이 잦았던 한국 재계사에서 아주 드문 일이었는데, 그 미덕에 금이 갔다.

하지만 형제간 분쟁은 대주주 가족끼리 풀면 된다. 누가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지, 가족간 약속을 누가 깨뜨렸는지 등의 문제 역시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걱정되는 건 그룹이 잘못될 경우다. 자산 규모 38조원으로 재계 서열 8위 그룹이 잘못되면 국민 경제가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호그룹의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해 구조조정 중에 있다. 2006년 인수한 대우건설마저 내놓았고, 금호생명 등 다른 계열사들도 팔려고 노력 중이다. 연말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만도 수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구조조정에 차질을 주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아직도 그룹이 책임지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서다. 예컨대 대우건설 주식 중 ‘50%+1주’를 팔지, 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39%의 주식에 경영권을 얹어서 팔지도 미정이다. 이런 결정이 경영권 공백으로 지연돼선 안 된다.

금호는 창업자 시절 숙질간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이 심하게 흔들렸던 때가 있다. 그때의 아픈 기억을 되돌아보더라도 이번 사태는 속히 마무리짓는 게 최선의 길이다. 물론 지금 당장 시급한 건 경영권 공백을 막는 것이다. 그룹 이미지와 투자자 신뢰가 떨어져 자금사정이 더 나빠질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있어선 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