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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뢰더 신임 총리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82년 헬무트 콜 당시 기민당 당수가 사민당 헬무트 슈미트 총리를 몰아내고 새 총리에 오르자 한밤중에 한 젊은 하원의원이 총리관저를 찾아가 정문을 두드리며 울분에 찬 목소리로 "내 이곳을 차지하겠노라" 고 외쳤다.

정확히 16년 뒤 그는 그 말을 실현하게 됐다.

사민당 총리후보 게르하르트 슈뢰더 (54) 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전형적인 자수성가형으로 '독일의 블레어' 를 자처하는 중도좌파성향의 인물이다.

44년 니더작센주 모센베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그해 독일군 병사였던 아버지가 루마니아에서 전사, 편모슬하에서 다른 4형제와 함께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17세때부터 도매상점 점원 등 막일을 전전하며 야간학교를 다녔고 대입자격시험에 합격, 명문 괴팅겐대 법대에 입학, 76년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야간학교 재학중이던 63년 사민당에 입당한 슈뢰더는 정열적인 활동과 정연한 논리로 당지도부의 신임을 얻어 78년 사민당 청년조직인 '젊은 사회주의자' 의장에 선출됐다.

한때 극좌 이념에 심취, 독일 적군파 (RAF) 의 변호를 맡기도 했던 슈뢰더는 점차 이념적 편향에서 탈피해 80년 연방하원의원, 90년 니더작센주 (州) 총리를 거치면서 사민당내 지도자로 성장했다.

'빌리 브란트만큼 카리스마적이면서 슈미트 같은 경제통' 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기를 위해 쉽게 변신, '신념이 없는 기회주의자' 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는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자에서 지금은 '기업주의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대기업 옹호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네번의 결혼 경력을 갖고 있다. TV화면을 멋지게 장식하는 준수한 외모, 뛰어난 화술과 정확한 발음도 그의 정치적 자산.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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