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양사언의 시조 0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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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를 높다하더라

- 양사언의 시조

이 잘 짜여진 평시조는 중국 태산을 두고 노래함에 얼핏 오랜 사대 (事大) 를 지적할 수 있으나 태산을 절대시하지 않고 인간이 얼마든지 오르는 기개를 다그친 내용으로는 사대를 뛰어넘는 것이다.

양사언 (楊士彦.1517~1584) 의 조상은 귀화 몽골인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소실이던 어머니가 외아들인 그를 서자로 천대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결했다.

그의 외직이 그래서 가능했던가.

실로 뛰어난 글씨에서 안평대군.한석봉 등과 함께 조선조 4대 명필이었다.

그는 중국 태산이 아닌 금강산을 그의 시와 서예의 운명으로 삼았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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