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10대 '매춘교제' 급속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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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21일 낮 12시 서울동작구사당동 P카페. 30대 후반 남자와 10대 사복 차림의 소녀가 커피잔을 놓고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이차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 그러나 표정과 행동은 예사로운 관계 같지 않다. 10여분 뒤 두 사람은 카페를 나가 인근 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후 1시쯤 남자와 헤어진 소녀는 다시 카페로 돌아왔다.

취재기자는 두리번거리는 소녀를 불러 물었다.

"양 아니에요?" "예, 저예요. ××이벤트…. " 일본식 '원조교제' 가 상륙해 번지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이벤트회사의 회원으로 등록해 소녀를 소개받은 기자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카페에 나갔다가 소녀의 성인교제 현장을 목격한 것. "다 보고 계셨어요? 몇번 만난 아저씨인데 연락이 왔잖아요. 그래서 잠시 데이트했어요. " 자신을 서울 A여고 3학년이라고 소개한 소녀는 굳이 '더블 데이트' 사실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이벤트에서 소개하는 여자중 여고생이 제법 있어요. 우리 학교에도 한반에 한두명은 될걸요. 오늘은 조퇴했어요. 용돈도 벌고 스트레스도 풀 겸해서…. " 이튿날 오후 하교시간 A여고 앞. 놀랍게도 그 소녀는 여느 학생과 다름없이 친구들과 어울려 재잘거리며 교문을 나왔다.

성인 남성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성관계를 갖고 용돈을 받는 '소녀 매춘' 이 여고생들에게까지 번지는 등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원조교제' 를 본뜬 소녀매춘은 주로 친구를 통해 성인남자를 소개받는 일본과 달리 알선업체를 통해 성행하고 있다.

알선업체들은 생활정보지 등에 광고를 내 남자들로부터 5만~10만원의 입회비를 받고 여자를 소개해주며 여성회원들로부터는 화대 중 일정액을 받고 있다.

특히 업체마다 1백명 정도인 여성회원들은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원조교제 상대를 소개해 달라" 는 여고생들의 요구가 늘면서 10~20% 가량이 여고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유흥업소에 나가던 10대들이 '원조교제' 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더욱 확산되는 추세라는 것.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문대생 崔모 (19) 양은 "가정형편 때문에 두 남자와 지속적으로 만나며 교제를 하고 있다" 며 "한번 만날 때마다 15만~20만원씩 받고 가끔 주말여행을 함께 하며 용돈도 받아 쓴다" 고 말했다.

알선업체들은 회원들의 신원을 확인할 실질적인 수단이 없다는 핑계를 내세우며 남자들의 소녀매춘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전화소개를 통한 소녀매춘이 심각하자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姜智遠) 는 18세 미만 소녀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갖는 남성은 징역1년 이하의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키로 이달 초 방침을 정했다.

姜위원장은 "최근 여고생 등 10대 소녀들을 성상품화하는 사례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며 "상대 남성에 대한 단속뿐 아니라 알선행위를 근절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김기찬.전진배.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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