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은 오는가]上.각국 어두운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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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여름 아시아에서 시작된 통화위기가 이제는 세계 곳곳에 갖가지 형태의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지역별로 나타나고 있는 위기의 징후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미국 = 줄곧 상승세를 유지하던 미 증시가 최근 두달새 무려 20%나 폭락했다.

각종 경제지표도 호황 일변도였던 1분기 때와는 판이하다.

2분기 무역적자는 1분기보다 20% 늘어난 5백65억달러로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인 2천억달러에 이를 전망. 6개월 앞의 경제활동을 전망하는 소비자 기대지수도 1백7. 5로 지난달보다 5.9포인트 떨어졌다.

경제성장률은 1분기 5.5%에 비해 1.6%로 크게 후퇴했고 호경기를 이끌어온 개인소비도 하반기 들어 2년만에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 중남미 = 중남미 최대경제국 브라질의 경우 7월 이후에만 주가가 35% 이상 하락해 자본시장이 얼어붙었다.

내년 예산에서 국채 이자를 갚기 위해 4백20억달러를 확보해야 하지만 외환보유액은 한달여 사이에 6백90억달러에서 5백20억달러로 20%나 줄었다.

중남미는 원유 (멕시코.브라질.콜롬비아).구리 (칠레).커피 (브라질.콜롬비아) 등이 주요 돈줄인데 이들 상품의 가격하락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 아시아 = 일본은 올 4~6월 국내총생산 (GDP) 이 1~3월에 비해 0.8% 감소, 전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감소추세를 보였다.

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내수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개인소비와 민간설비 투자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개인소비는 4~6월 0.8% 감소했고 설비투자 또한 5.5% 줄었다.

상장기업들의 경상이익도 4~8월 평균 27.6%나 감소했다.

중국은 교역규모가 7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상반기동안 소비자물가가 2.1% 하락하고 수입은 6.4% 감소하는 등 내수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 러시아.유럽 = 러시아가 연말까지 갚아야 할 외채는 60억달러. 그러나 재정수입은 45억달러밖에 안된다.

사실상 디폴트 (채무 불이행)가 임박해 있는 상태다.

증시의 RTS지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루블화 가치는 지난달 17일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무려 90% 가량 곤두박질치고 있다.

독일은 2분기 성장률이 0.1%로 둔화되면서 당초 2.7%였던 경제성장 목표에 차질이 생기고 있고, 영국도 산업생산이 최근 5년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프랑스 주요 기업의 수익도 큰 폭으로 떨어져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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