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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밀히 커져 느껴질땐 이미 늦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20세기 대표적인 난치병인 암. 막상 자신이나 친지에게 부닥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의 실체와 대책을 알아본다.

강모 (50.남) 씨는 한달전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혈액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통고받았다.

이후 받은 정밀검사 결과 의사는 간암을 선고했다.

그는 "암진단 받기 직전까지 일상생활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지냈는데 담당의사는 암 진행이 심각한 상태라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하더라" 며 한숨짓는다.

강씨의 경우에서 보듯 암치료의 걸림돌 중 하나는 조기발견이 어렵다는 것. 서울대의대 종양내과 허대석 (許大錫) 교수는 "암은 자기 몸 세포의 일부가 암을 일으키는 발암인자의 영향아래 암세포로 변한 것이므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어렵다" 고 설명한다.

예컨대 병균이 몸속에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감염병이라면 우리 몸의 파수꾼 (면역체계 등) 들이 외부 침입자를 (세균.바이러스) 쉽게 발견해 고열.기침 등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반면 암세포는 유전적.환경적 (흡연 등 발암인자) 영향을 받아 체내의 발암유전자와 암발생 억제 유전자간 균형이 깨지면서 몸의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 암이 노인층에 많은 이유도 연륜만큼 축적된 발암인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예방 수칙도 금연 (간암.폐암 예방) 자외선 차단 (피부암 예방) 등 각종 유해 환경 영향을 줄이는 데 촛점을 두고 있다.

만15세 미만 어린에게서 발생하는 암은 전체 암환자의 1%정도로 유전적 요인이 대부분. 따라서 암세포는 상당히 커지기 전까지는 신체파수꾼에 의해 발견되기 어렵다.

실제로 유전자구조를 비교해 봐도 세균.바이러스 등은 인체와 구조가 전혀 다른데 반해 암세포와 정상세포간 유전자구조 (DNA.RNA.단백질구조) 차이는 극히 미미한 정도. 독성이 강한 세균에 감염됐더라도 이물질인 세균 박멸에 의해 쉽게 병이 치료되는데 반해 암치료는 암세포가 정상세포와 비슷해 이 것만 골라 없애기가 쉽지 않다.

자연 치료시 정상세포 손상도 크고 부작용도 심각하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암치료법은 수술.방사선치료.항암치료. 모두 원인치료가 아닌 현재 존재하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법들이다.

따라서 의료진은 암세포 종류.퍼진 정도.환자의 전신상태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통상 암세포가 신체 일부에 국한됐을땐 수술.방사선치료로 암세포 덩어리를 제거하며 다른 부위에 퍼졌을 땐 항암제로 전신치료를 한다.

예컨데 폐암도 폐 일부에 국한되면 수술, 수술하기 곤란한 부위에 생긴 폐암은 방사선치료를 하며 이미 암세포가 다른 장기에 퍼지면 항암치료 대상이 된다.

항암제는 암세포의 특징인 증식이 빠른 세포를 노린다.

암치료때 탈모.아구창.감염.빈혈.출혈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골수.모발세포.점막 등 증식이 빠른 세포들이 암세포와 함께 손상을 받기 때문이다.

환자 개개인의 신체상태도 치료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최근 일본 암연구소 도모유키기타와박사팀은 캔서지 최신호에서 90세 이상 노인이 암진단 후 평화로운 죽음을 마감하는 사례들을 들어 "나이많은 노인에게서 발생한 암은 노화의 한 과정" 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황세희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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