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목표 세 학생] 여름방학 공부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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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강·학원 적절히 배합
수학·과학 취약부분 공략

이경주(용곡중2)양과 문성호(쌍용중1)·강윤구(신방중3)군(왼쪽부터)이 자신들의 여름방학 공부 노하우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조영회 기자]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 열흘이나 지났다. 학생들에게 방학은 한 학기를 정리하고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지키는 학생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학원수강이나 방과후 학습을 통해 미흡한 부분을 채운다. 하지만 “공부하는 시간은 많은 데 정작 남는 것은 없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도 많다. 이런 자녀들을 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타 들어가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마음은 짐작이 되고 남는다.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이라도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면 결코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중학교 1~3학년 상위권 3명에게 공부하는 노하우와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안 되는 과목 반드시 짚어야=문성호(14·천안 쌍용중 1년)군은 올해 공주대 영재교육원(수학기초반)에 들어갔다. 수학기초반은 정원 20명 중 대전 학생이 18명, 충남은 2명이다. 문군은 한 달에 한 번씩 교육원에 다녀온다. 중학교 1학년이지만 목표가 뚜렷하다. 고등학교 1순위는 영재고, 2순위는 과학고다. 이미 6학년 때 진로를 스스로 결정한 뒤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과학고 진학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수학올림피아드에도 출전했다. 올림피아드 출전을 위해 암기나 단순한 문제풀이보다는 사고력에 중점을 두고 공부를 했다.

이경주양과 강윤구(위)군이 작성한 오답노트와 메모노트.

문군은 수학·과학 위주로 공부를 하지만 내신을 고려해 사회 등 부족한 과목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물론 영어도 마찬가지다. 여름방학 오전 시간 상당부분을 영어에 할애할 정도로 비중을 높게 뒀다. 또 내신이 약한 사회과목은 교과서와 참고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인터넷강의도 활용한다.

문군은 수학의 경우 ‘정석’을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학원에서 나눠준 교재도 참고한다. 집에서는 기출문제를 풀고 학원에서는 교재로 보충한다. 문군은 수학과목 중 정수나 대수는 강하지만 기하는 조금 어렵다. 그래서 여름방학을 이용해 기하를 위주로 공부한다. 학원에서도 문군의 단점을 파악해 기하위주로 가르쳐준다. 과학은 주로 집에서 혼자 공부한다. 교재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참고서(고등학교 수준의 이론정리 교재)를 활용한다.

문군은 “과학고에 가려면 우선 수학과 과학을 잘 해야 한다. 안 되는 게 있으면 될 때까지 봐줘야 한다”며 “그렇다고 영어나 다른 과목을 소홀이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 군의 여름방학 일과는 오전 8시 기상, 사회인터넷 강의, 오전 10시 학원(영어), 쉬는 시간(복습·독사·예습), 저녁 7시 과학·수학(학원) 공부 순으로 이뤄진다.

 ◆과학은 이해가 첫 번째=이경주(15·천안 용곡중 2년)양은 여름방학 초기 보름은 올림피아드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다음달 2일 서울에서 열리는 생물올림피아드 준비 때문이다. 특히 생물올림피아드대회는 올해가 마지막으로 열려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세운 이 양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작년에 이미 생물올림피아드에 출전, 경험을 쌓았던 이양은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진학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요즘은 참고서를 모두 끝내고 학원에서 문제풀이를 한다. 기출 문제는 유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능문제집 위주로 대비를 한다. 방학 중에도 학교에서 방과 후 학습을 하기 때문에 오전에는 학교에 갔다 오후엔 학원에서 시험준비를 한다. 대회가 코 앞에 다가와 시험 준비에 올인 하고 있다.

현재 공주대 영재교육원(생물)에 다니고 있는 이양은 올림피아드가 끝나면 부족한 과목을 공부할 계획이다. 과학고 진학이 목표인 만큼 수학이나 과학은 교내에서 1% 수준이다. 그러나 다른 과목은 부족하다고 판단해 1학기 때 배웠던 과목을 복습하고 나머지 시간 70~80%는 다음학기를 준비할 계획이다. 특히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작정이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작년 여름방학 때는 하루에 서너 시간씩 수학공부를 했다. 이양은 과학고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수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은 내신에서 조금 자유롭다. 이 때문에 내신은 주로 학기 중에 공부하고 방학에는 과학고 진학에 필요한 과목이나 부족한 부분을 중심을 공부한다. 과학고 입시에서의 수학·과학은 내신에서의 수학과는 차원이 다르다. 과학고 시험수준이 내신에서 조금 더 심화된 수준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고등 수학과학을 요구하는 수준이 출제된다. 수학은 ‘수학의 정석’으로 공부를 한다. 이양은 수학과목 중 ‘대수’가 어렵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게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했다.

이양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50분 기상, 8시 등교, 오전 9시 방과 후 학습, 오후 1시15분 학원(올림피아드 준비), 오후 11시 취침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양은 “과학이 어렵다고 하는 데 기본적으로는 필요한 것만 외우고 이해만 잘 하면 저절로 쉬워진다. 탐구 실험 결과를 이해하면 잘하게 된다”고 말했다.

◆1~2학년 후배 “시간 충분해”=강윤구(16·천안 신방중 3년)군은 충남과학고 진학이 목표다. 학교는 물론 학원에서도 무난히 진학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군은 올해 천안경시대회 과학부문 1등, 충남경시대회 금상을 수상할 정도로 과학에서 남다른 능력을 보였다. 일찍부터 과학고 목표를 새우고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공부를 해왔다. 현재 공주대 영재교육원(화학)에도 다니고 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역시 ‘고입’. 입시까지 넉 달 가량 남아 사실상 마무리단계다. 강군은 이달 초 올림피아드 지구과학 2차 시험까지 치렀다. 다음달 초에는 화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한다. 올림피아드가 끝나면 모든 시스템을 곧바로 입시체계로 바꿔야 한다. 방학에는 학교에 가지 않아 집과 학원에서 부족한 공부를 한다. 내신준비도 소홀하지 않다. 과학고 입시에서는 내신이 중학교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 반영되기 때문이다. 입시 때 당락을 가를 수 있는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도 마지막까지 키울 생각이다. 강군은 다른 과목에 비해 영어가 부족한 게 아쉽다고 했다.

강군은 “1~2학년 때 노력을 덜 했다. 겉으로는 했지만 효율적이지 못했던 게 아쉬움”이라며 “1학년 후배들은 시간이 충분한 만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군은 특히 “2학년이면 입시가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사춘기라 심적 변화가 많고 흔들릴 수 있겠지만 목표만 명확하다면 언제든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실력 솔직히 따져볼 때”
와이즈만영재교육 이건찬 원장

방학 직전에는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인가를 골고루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는 뭐 한다’ ‘누구는 연수를 간다’ 등 다른 사람들에 편승하지 말고 내가 필요한 게 무언인가를 정확하게 판단해 공부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해서는 학생 본인과 학부모,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상의를 할 때 실력이 좋다 나쁘냐의 판단은 본인이 솔직해야 한다. 솔직함을 유지해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우수한 아이들은 솔직하다.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 가감 없이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조금 한다” “수학, 과학이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수학 중 기하’ ‘과학 중 생물’ 등을 꼭 집어낼 수 있어야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여름방학 때 학부모들이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시간 배정이다. 과학고와 영재고는 수학·과학과목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어는 내신성적 수준만 하면 된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영어공부 시간도 충분히 할애해야 한다.

과학고를 준비하는 학생 중 간혹 자기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 반드시 통제가 필요하다. 중간중간 부족한 과목도 병행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또 일부는 올림피아드 등 대회에만 열중하기도 하는 데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학생들이 서울대 목표인 것처럼 수학·과학을 잘하는 학생들은 모두 영재고에 가고 싶을 것이다. 과학고에 갈 수준이라면 영재고를 생각하겠지만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영재고의 전형일정이 빠르다고 해서 무턱대고 원서를 넣었다 떨어지면 후유증이 크다. 부모는 물론이고 학생들이 겪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자신의 실력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는 게 실패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또 하나 과학고에 진학하는 학생 중 영어를 소홀이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과학고 진학에 필요한 영어는 중학교 교과나 의사소통 수준이지만 막상 진학을 하고 나면 영어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에도 올해 과학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찾아왔는데 “영어가 가장 어렵고 공부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진학을 위해서도 영어공부는 필수다.

마지막으로 과학고 진학이 남의 얘기처럼 어렵게 들리지만 3년 정도 준비하면 충분히 이룰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이나 늦어도 중학교 1학년이면 도전해 볼만 하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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