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비디오'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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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8월 17일 백악관 맵룸 (Map Room)에서 연방대배심 폐쇄회로 카메라 앞에 선 클린턴 대통령은 특별검사팀의 '송곳 질문' 에 궁색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때로는 당혹스런 표정과 함께 풀죽은 모습을 보이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듯 단호한 입장을 취해 나갔다.

증언이 시작된 뒤 4분여 동안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관계에 대한 검사들의 난처한 질문이 쏟아지자 준비한 성명서를 주머니에서 꺼내 읽었다.

그는 증언하는 동안 관련 서류들을 뒤적이며 성실한 답변자세를 보이면서 '후회' '책임' 등의 표현을 동원해 잘못을 시인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때로는 철학적 답변으로 초점을 흐리면서 "대통령직과는 상관없는 사생활 문제" 라면서 "인간사의 수수께끼인 성문제를 다루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고 일침을 가했다.

질문과 답변이 겉돌면서 양측의 감정은 일촉즉발 상태까지 이르렀다.

초반에 수세적 모습이던 대통령의 음성도 점차 높아져 갔다.

1시간 가까이 신문이 중단되기도 했다.

신문이 계속 겉돌자 한 검사가 참다못해 발언권을 신청했다.

"대통령답게 답변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르윈스키와 오럴섹스를 가졌는지 '예' '아니오' 로 분명하게 답해주세요. " 신문이 재개돼 검사팀이 다시 오럴 섹스에 대해 질문공세를 퍼 부었지만 공방은 계속됐다.

차츰 클린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며 스타 검사팀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스타 검사팀, 당신들은 사생활문제를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만들었다" 며 분통을 떠뜨렸다.

특별검사팀이 왜 하필 르윈스키가 선물한 넥타이를 매고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 알았으면 일부러 매고 나왔겠느냐" 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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