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시청 프로 너무 낯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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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20일 저녁6시50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임신~출산의 전 과정을 함께 지켜본다는 '탄생을 축하합니다' 의 한 장면. 부부의 성행위를 묘사하며 진행자 신동엽이 여자 아나운서 몸 위에 올라탄다.

가냘픈 신음소리와 함께 출렁이는 침대. 체온조절법을 썼다 피임에 실패한 남편이 "아내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그만… (임신이 됐다)" 이라며 고백하는 내용도 여과없이 나갔다.

신혼 첫날밤 긴장을 푸느라 마신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아내와 '뜻을 이루지 못한' 남편이 부부싸움을 벌인다.

남편을 달래느라 옷을 벗으며 유혹하는 아내. 황당한 에피소드다.

같은 채널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 7시 방영되는 '쇼!

토요특급' 은 진행자 이문세와 홍록기가 주고받는 신혼부부 관련 음담패설로 '저질비난' 을 받는 프로중 하나다.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저녁6시50분) 도 이에 질세라 '키스' 로 화답했다.

한 주부가 남편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해 "백화점에 갔다 즉석에서 모델로 뽑혔다.

키스신을 찍어야 하는데 허락해 달라" 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성인대상 심야프로도 아니고 '가족시청시간' 에 버젓이 방영된 내용이다.

방영 후 PC통신 방송사 게시판엔 항의가 잇따랐다.

'일요일…' 와 관련해선 "출산의 고통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 가슴 뭉클했다" 는 일부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식구들이 같이 보는 저녁시간에 부부생활 얘기를 다룬다는 게 공영방송에서 할 수 있는 일인가" " (가족프로라는데) 도대체 애들하고 같이 보라는 건지 같이 보면 안된다는 건지 모르겠다" 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침대 장면은 나중에 뛰는 모습을 코믹하게 끼워 중화시키려 노력했다.

소재 자체는 무리가 없지만 표현기법상 적절치 못했던 것 같다" 며 당혹스러워하는 입장. 성 관련 소재로 성교육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오락프로가 아쉽다면 방송사에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일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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