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성추문에 참담한 백악관 참모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바라보는 백악관 참모진은 참담한 심정이다.

지난 1월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이 폭로된 이후 줄곧 사건 진화에 시달려 왔던 백악관 참모진은 21일 클린턴의 대배심증언 비디오테이프까지 공개되자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표정들이다.

뉴욕 타임스는 한 참모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의 분위기를 "참모진은 죽음 (탄핵) 을 앞두고 최후의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 고 21일 전했다.

언론담당 보좌관들은 그동안 스캔들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문제들을 분석해 대응전략을 짜며 극적인 반전을 꾀했으나 비디오테이프까지 공개된 마당에 더 이상의 대응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손을 놓고 있다.

일부 핵심참모진은 아예 보따리를 싸고 있다.

마이크 매커리 대변인은 예정대로 이달말 사직할 예정이고, 어스킨 볼스 비서실장은 고향 노스캐롤라이나의 주지사선거에 나서기 위해 역시 사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92년 대선때부터 클린턴 곁에서 도와 왔던 폴라 베갈라 보좌관도 클린턴을 옹호하기 위한 TV출연은 앞으로 사양하겠다고 공언했다.

클린턴과 30년 지기 (知己) 이자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레이는 ABC방송 '나이트라인' 에 출연해 "클린턴은 대통령인 척하지만 더 이상 남아 있는 힘이나 권위가 없다" 고 진단했다.

반면 클린턴은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일에서 위로를 찾고 있다고 참모진은 전했다.

지난주 스타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민주당후원금 모금행사에 참석하는 등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22일에는 미.일 정상회담을 갖는 등 국민들에게 '일하는 대통령' 이라는 인상을 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