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유창혁 - 조치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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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32강전의 빅카드

제1보 (1~23)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그 곳 아늑하고 조용한 녹음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 세계의 강호들은 9월 2일 아침 대국장으로 모여들었다.

32강전 16판의 대국 중에서도 조치훈 - 유창혁전은 최고의 빅카드였다.

그 바람에 TV중계대국으로 선정됐고 두 사람은 일행과 떨어져 널따란 독방에서 대국하게 됐다.

두 사람의 전적은 지금까지 4승4패. 문자 그대로 막상막하요, 용호상박이다.

다만 최근의 컨디션은 본인방 10연패를 달성하고 승승장구하는 趙9단쪽이 상승세다.

劉9단은 지난 2년간 일생의 큰 승부라 할 세계대회 결승전을 너무 많이 치른 탓에 마음이 타버린 재처럼 가라앉아 있다.

하지만 그가 침잠된 투혼을 다시 일깨우는데 조치훈이란 인물은 더없이 적격일지 모른다.

돌을 가려 趙9단의 흑번. 흑5의 중국식이 이색적이다.

햇볕에 그을린 趙9단의 얼굴은 검붉은 포도주 빛. 강렬한 느낌이다.

劉9단의 안색은 그에 비할 때 창백해 보인다.

그도 운동을 좋아하지만 본시 살결이 희어 일지매란 별명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다.

백6은 '참고도' 1까지 가는 게 보통이지만 흑2의 협공이 싫었을 것이다.

협공을 당하면 싸움이 시작된다.

劉9단도 이 싸움을 수없이 해봤지만 언제나 흑쪽에서만 했다.

체질적으로 공격하는 건 좋아하지만 공격당하는 건 싫은 것이다.

6으로 둔다면 흑 '가' 가 호점이라고 알려졌지만 趙9단은 귀를 파고들어갔다.

이 판을 해설한 홍태선7단은 "중국식은 실리포석은 아니지만 趙9단은 백6을 보고 실리로 돌아선 것 같다" 고 말했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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