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뮤지컬 '드라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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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뮤지컬 '드라큘라' 는 '뮤지컬 = 브로드웨이식' 이란 고정관념을 깨는 매혹적인 무대다.

고전음악같은 장엄미를 주는 음악, 표현주의적 색채가 짙은 안무 그리고 이 뮤지컬의 고향인 동유럽의 중세 풍경과 검고 붉은 극단적인 감각을 한눈에 보여주는 세트와 의상. 무대 전반은 다소 갑갑한 듯 어둡지만, 이 역시 정교한 조명이 제몫을 하기에는 적절한 배경이다.

극작가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 체코 히트뮤지컬의 한국 무대는 이렇게 미학적인 눈높이를 자랑하는 관객들을 만족시킬 요소를 두루 갖췄다.

"극적 구성면에서 2막은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진다" 는 극작가 김광림씨의 지적처럼, 서사적 구성은 극을 따라가는 관객을 자극하는 치밀한 맛은 부족하다.

대신 각 장면마다 상징적으로 연출된 노래와 춤, 개성이 뚜렷한 드라큘라의 캐릭터 등이 극 전반의 흐름에 충분한 관성을 실어준다.

대본.음악.무대.안무 등에 체코스텝들의 솜씨가 깊숙히 개입한 이번 무대를 만족스럽게 현실화시킨 것은 물론 국내 배우들. 박철호와 더블캐스팅으로 주연을 맡은 신성우는 '스타캐스팅' 에 대한 불안감의 씻고, 합격점을 넘는 연기와 노래를 보여준다.

1인3역의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남경읍, 확실한 가창력을 선보인 조승룡 등 주.조연뿐 아니라 세 명의 '피의 천사' 등 코러스들이 보여준 고른 기량은 확실한 강점이다.

지난 10년여의 국내 뮤지컬 열기가 인력 (배우) 면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뒀음을 확인시켜주지만, 동시에 음악.대본.안무 등 창조적인 중추면에서는 여전한 인력부족 상태임을 반성하게 한다.

온갖 매혹의 요소를 펼쳐놓는 무대가 한국 관객 감수성의 정곡을 흥분시키지 못하는 데는 이같은 이유도 있을 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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