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한 노숙자 '못살겠다'…범행뒤 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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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추운 날씨에 구걸도 안돼 살길이 막막했습니다.

차라리 교도소로 다시 들어가 끼니라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7개월 된 한 30대 노숙자가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기 위해 사무실에 침입, 거액의 수표를 훔친 뒤 곧바로 경찰에 자수했다.

환각제 복용으로 지난해 10월 구속된 김길환 (金吉煥.33.주거부정) 씨는 4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지난 2월 출소했다.

직장을 얻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했던 金씨를 맞이한 것은 극심한 취업난과 생활고였다.

직장을 얻지 못해 영등포 일대에서 노숙하며 구걸을 해오던 金씨는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워지자 다시 교도소에 들어갈 작정으로 도둑질을 하기로 했다.

金씨는 지난 18일 오후 9시쯤 서울영등포구문래동 S금속회사 사무실에 창문을 통해 몰래 들어가 금고 안에 있던 2천9백50만원짜리 약속어음 1장과 5백만원짜리 가계수표 3장, 손목시계 등 모두 4천4백여만원의 금품을 훔쳤다.

그리고 곧바로 인근 문래파출소로 직행, 범행사실을 털어놓으며 자수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9일 金씨를 절도 및 야간건조물 침입 혐의로 구속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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