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왜 단식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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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기택 (李基澤) 전 총재권한대행이 '단식' 이라는 초강수를 택한 건 일종의 '정치적 승부수' 같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李전대행은 현직 국회의원이 아니다.

따라서 정기국회가 개원중이지만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서상목 (徐相穆).백남치 (白南治).김중위 (金重緯).이부영 (李富榮) 의원 등 수사대상에 오른 의원들과는 입장이 딴판이다.

검찰이 구인장을 발부하면 피할 도리가 없다.

李전대행으로선 당의 힘을 빌려보려는 생각같다.

농성장도 당사 9층 부총재실로 택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총재권한대행까지 지낸 당 중진을 나몰라라 할 수 없음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에선 다소 부담스런 눈치다.

李전대행의 단식 감행이 김대중 대통령의 18일 춘천 발언 이후 정국이 그나마 풀려나가는 시점에서 이뤄진 탓이다.

그래서 당내 일각에선 "괜히 대화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 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에 호소하려는 부분도 있다.

李전대행측은 자신에 대한 검찰의 소환을 기점으로 국민 여론이 편파수사를 비난하는 쪽으로 돌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탄압받는 정치인' 이미지를 강조, 여론의 방어막을 두텁게 하려는 것 같다.

이와 관련, 李전대행측에선 한술 더떠 전화위복의 기대도 하는 듯하다.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은 오갈 데 없는 상황에 처해있고, 최형우 (崔炯佑) 의원의 와병 등으로 부산 민심이 의지할 데가 없어진 마당이므로 이 기회를 잘 이용하면 오히려 부산의 대표주자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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