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 66일간 2690억 손실 … 한계점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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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쌍용자동차 노조의 평택공장 불법 점거파업이 27일로 67일째를 맞았다.

25일 노사정 대책회의가 무산된 데 이어 평택공장 앞에서 민주노총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쌍용차 사태의 해결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기업 경영상태가 이미 최악의 상황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기업 이미지까지 나빠져 파업이 풀려도 자력 회생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에 경쟁력이 떨어져 구조조정을 하려 한 것인데 이를 해결하지 못한 데다 회사의 신뢰마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 운영자금이 거의 바닥났고, 신차 개발 일정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노조의 불법 점거로 생산하지 못한 자동차는 26일 현재 1만2543대로 손실액은 2690억원에 달한다.

◆회생 가능한가=1월 9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지난해 매출 총이익률(12.2%)과 영업이익률(-9.1%)은 업계 최저였고 부채비율(561.3%)은 가장 높았다. 생산성은 국내 다른 업체보다 훨씬 낮은 데 반해 인건비는 다른 업체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회사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6.1%로 10% 내외인 국내 다른 업체보다 높다. 회사와 외부 조사기관이 쌍용차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5월 초 쌍용차의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3890억원 높다는 의견을 냈다. 이때 전제조건은 2646명의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금융회사가 2500억원을 지원하며 앞으로 5년간 6개의 신차종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현재 세 가지 주요 전제조건 중 어느 것 하나 이뤄진 게 없다. 인력 구조조정은 노조에 막혔고, 올가을 출시하는 게 목표였던 ‘C200’의 출시는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금융사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상황도 못 된다. 경영은 더 나빠지고 있다. 1분기에만 매출 2337억원에 1257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쌍용차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은 파업 여파로 재고 파악 등 기초 작업이 안 돼 아예 집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뢰 회복이 관건=쌍용차 안팎에서는 두 달이 넘는 장기 점거파업으로 소비자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 쌍용차 회생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파업을 멈추고 생산을 시작해도 쌍용차가 차를 제대로 팔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도 많다. 오랜 파업으로 판매가 중단되면서 쌍용차를 사려던 잠재 고객은 대부분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중고차 시세는 하락하고 있다. 서울 장안평중고차시장 6월 시세표에 따르면 체어맨 중고차의 가격은 경쟁 차종보다 1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값이 일반적으로 오르는 다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달리 쌍용차 SUV는 하한가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회생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신차 출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22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은 “내년 상반기에도 출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지금 다시 회사의 존속가치를 조사하면 과연 청산가치보다 높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승녕·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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